- 본지 취재진, 부산시교육청 통해
- 연제서에 확인 요청했으나 거부
- 서장도 연락 피하며 '은폐 일관'

- 상명하복·과잉충성 등이 원인
- 폐쇄적인 조직문화 치부 여실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본지 29일 자 1면 등 보도)이 경찰 조직 전체를 흔들고 있다. 경찰 개인의 파렴치한 사건에서 시작됐지만 이 사실을 은폐하는 데 경찰 간부까지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30일 연제경찰서 서장실과 여성청소년과 등 2층으로 올라가는 곳에 설치된 지문 인식 기능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권용휘 기자

본지 취재진은 지난 24일 전직 경찰관인 장신중 씨가 SNS를 통해 이 사건을 폭로하기 며칠 전, 연제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부산시교육청을 통해 연제구 담당 학교전담경찰관이 교체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고, 시교육청은 연제경찰서에 이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연제경찰서는 시교육청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취재진이 직접 연제경찰서에 확인하려고 했지만 연제서장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때부터 연제경찰서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사실상 사건 은폐를 시작했다.

그 이후 상황은 보도된 것처럼 '뒷북 대응' 일색이었다. 연제경찰서장과 사하경찰서장은 사건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발뺌했지만 사실은 문제가 불거질까 봐 경찰 2명의 사표를 받고도 모른 체 했다. 부산경찰청은 SNS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내용을 몰랐다고 잡아뗐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청도 이 사실을 인지했지만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언론 등을 통해 사실이 확인되면 '사과'하는 일이 반복됐고, 이제는 누구도 경찰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경찰 조직의 후진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부끄러운 일이다.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이 뚜렷하고, 폐쇄적이기로 소문나 있다. 상사의 평가가 승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직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사에게 불똥이 튈까 봐 이를 덮고 숨기기 급급한 분위기가 강하다. 7월 인사를 앞두고 조직의 안정과 상사의 인사에 불이익을 끼치지 않으려고 과잉 충성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이런 조직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찰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져버렸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파렴치한으로 내몰렸다. 경찰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는 감찰 부서는 사실을 알고도 진상을 파악하기는커녕 이를 덮었다. 심지어 사실을 모른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다른 조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사실을 알았다면 '사표를 수리해 현직이 아니다'는 이유로 사건 경위를 파악조차 하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경찰이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만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찰청장까지 감찰 대상에 오른 만큼 조직 전체가 흔들렸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공권력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지난 27일 이번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사과하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이 어떻게 책임을 질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일지

# 연제경찰서

2015년 6월 학교전담경찰관 정모(31) 경장-여고생(당시 중3) 멘토·멘티 관계 만남

2016년 5월 7일 여고생 상담기관 상담사-정 경장 만남. 정 경장이 연제서 여성청소년과 담당 계장, 과장에 보고

5월 9일 여고생 상담기관, 연제서 청문감사관실에 내용 신고. 담당 부서 연제서장에 보고

5월 10일 정 경장 사표 제출

5월 17일 정 경장 사표 수리

5월 23일 상담기관, 연제서에 공문 보내 사건에 대한 대응 요구


# 부산청·경찰청

5월 9일 연제서 여고생 상담기관, 부산경찰청 사건 신고했으나 연제서 청문담당관실로 안내

6월 1일 경찰청 본청서 연제서 사건 관련 문의 부산경찰청 감찰계 확인 후 내용 통보

6월 24일 SNS 통해 연제·사하서 사건 폭로.

부산경찰청 "SNS 통해 사실 처음 알았다"

6월 27일 연제서장, 사하서장 대기 발령

6월 28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대시민 사과.

경찰청 감찰팀 부산경찰청 등 감찰 조사 착수

6월 29일 강신명 경찰청장 대국민사과

6월 30일 경찰청 특별조사단 구성·재조사

김현주 권용휘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