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떨어진 지역 구의원도 반대

- 압력 행사 없었다 부인에도 씁쓸

"구의회가 억지로 논리를 만들어 반대했다는 생각만 드네요."

부산 해운대구의회의 반대로 부산지역 첫 애견공원 조성이 무산(본지 지난달 30일 자 7면 보도)되면서 그간 애견공원 조성을 고대한 시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 여파로 애견공원 자체가 혐오시설로 여겨져 다른 관련 사업까지 지장을 받을까 봐 걱정한다.

	해운대 애견공원 추진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구의회는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음과 악취가 발생하고, 주말에 이곳을 찾는 이가 많아지면 가뜩이나 막히는 주변 도로가 더욱 붐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지와 1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반여1동 왕자맨션 주민의 입장을 생각하니 이해가 가는 주장이다.

그러나 뭔가 영 찝찝하다. 반여1동 조영진 구의원 외에 이곳과 상당히 먼 반송·재송동 의원 대다수가 "애견공원 반대"를 외쳤다. 개의 소음과 악취가 5㎞ 넘게 퍼지는 건가. 대체 이유가 뭘까. 일각에서는 이들 구의원의 공천권을 쥔 새누리당 배덕광(해운대 을) 국회의원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대구가 공원용지로 검토한 도시고속도로 관리사무소 뒤편 대지(4055㎡)는 배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내세운 공약사업 추진지와 같은 곳이다. 당시 배 의원은 동해남부선 '원동역사'의 신설과 더불어 이 부지를 '역사 연결광장'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이곳은 왕복 10차로 도로로 둘러싸인 교통섬이다. 걸어서 접근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

이에 배 의원은 왕자맨션 앞 인도-연결광장-원동역사 등을 차례로 잇는 육교를 신설하고, 연결광장에 주민과 열차 이용객이 즐기는 체육시설과 벤치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고자 나서고 있다. 내년 말 이 광장 조성 사업이 완공될 것으로 의원실은 보고 있다.

구의 계획대로 애견공원이 추진되면 배 의원의 공약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이에 구의원이 총대를 메고 사업 추진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조영진 구의원은 "절대 배 의원이 우리를 압박하지 않았다. 주민 불편 탓에 반대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애견공원이 들어서면 원동역사 이용객의 호불호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누구나 이용하는 '광장'으로 조성하는 게 맞다"면서도 "애견공원을 반대하라고 기초의원을 압박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진실은 배 의원과 구의원들만 알고 있다. 많은 시민이 고대했던 사업을 자기 치적을 위해 무산시킨 국회의원이 있다면 주민에게 존경받지 못한다.

김화영 사회 1부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