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민공원 조성 타산지석
- 시 전담부서·제도적 논의 필요
- 지역 문화·창조 공간 확보해야
부산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공휴(公休)부지는 모두 도심에 있다. 미군 55보급창(동구 범일동)은 부산 제일의 번화가인 서면과 불과 2.7㎞ 떨어져 있고 남포동 등 원도심과도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다. 서면과 신암(부산진구 범천동) 사이를 가로막은 범천 철도차량기지, 재개발이 한창인 북항과 인접한 부산진역사 및 부산진역 컨테이너 야적장(CY), 부산역 조차시설, 해운대역사도 모두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이들 공휴부지의 재개발에서 전부 또는 일부의 '지역사회 환원'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지역의 문화·창조적 공간 형성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이 때문에 동해남부선 해운대 폐선부지 미포~송정 구간(4.8㎞)의 시민공원화의 의미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폐선부지 공원화는 앞으로 진행될 유사한 성격의 공휴부지 재개발에서 지역사회 환원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폐선부지를 포함한 공휴부지 개발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발전연구원 박상필 박사는 "미군 공여지를 넘겨받아 조성된 부산시민공원의 사례를 비춰볼 때 해당 자산의 소유권과 비용 문제, 주변 지역과의 관계, 개발의 방향성 등에 관한 제도적인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이 같은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 공휴부지 재개발에 따른 갈등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현재 폐선부지를 포함한 공휴부지 개발에 관한 고민이나 명확한 기준 없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응하고 있다. 폐선부지는 '최소한의 상업개발'이라는 논리로, 부산진역 CY와 범천차량기지 등 도심철도시설 재배치는 시설 이전 후 민간개발(1조2350억 원)로 각각 추진하고 있다. 해운대역사 민간개발에 대해서는 최근 서병수 시장이 "공공자산 매각을 신중히 하라"며 제동을 걸었고, 55보급창 이전 논의는 전담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히 시는 폐선부지 상업개발에 관해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맺은 협약의 유효성과 지난해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처럼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이 제거된 채 정부 등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는 논리라면 정부가 다음 달 말 신공항 입지를 경남 밀양으로 선정해도 시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제 공휴부지 재개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담부서 같은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공휴부지에 대한 상업개발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역사적, 공익적 보존을 통해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과 품격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의 한 관계자도 "부산시민공원 조성을 목적으로 전담부서를 만들고 현재 신공항추진단이나 하천살리기추진단(낙동강하굿둑 개방)을 가동하는 것처럼 공휴부지 개발과 공익적 목적의 지역사회 환원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