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다. 최근 나눔과 공유, 협력과 상생이 슬로건이 돼 자주 쓰이는 말이다.

정책도 개발도 이래야 한다. 최근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논쟁이 다시금 뜨거워졌다. 얼마 전 부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재생공사를 시작하자 시민단체의 반대 외침 또한 커졌다. 이견이 너무 팽팽하다. 시는 일부 상업시설을 포함한 공공개발이라 하고, 시민단체는 개발주체를 위한 상업개발이라 한다. 또 시는 친환경 개발이라 주장하고, 시민단체는 개발 자체가 환경파괴라며 맞서고 있다.

갈등과 반목은 지난해에도 치열했다. 필자는 그 당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방안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많은 자료와 사례를 살폈다. 또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전문가들과도 면담했다. 시 담당관, 시민단체 대표, 건강복지전문가였다. 그 연구 결과를 어찌 짧은 글에 담겠는가. 다만, 시나 시민단체나 모두 검토했던 몇몇 폐선부지 사례들이 있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광주 푸른 숲길공원, 서울 경의선 숲길공원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례의 개발 과정 하나만 봐도 우리는 큰 가르침을 얻는다. 하이라인과 프롬나드 플랑테는 폐선 후 각각 40년, 25년이 지나서야 재생됐다. 광주도 20여 년이 걸렸다. 긴 세월만큼 시민들의 의견수렴 기간도 길었다. 경의선의 경우 10여 년으로 비교적 짧았다. 하지만 도심 금싸라기 땅인 이곳의 온갖 재개발 유혹을 뿌리치고 재빨리 민심을 끌어안았다.

'그들이 그랬으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얘긴 아니다. 우린 우리대로 우리 여건에 맞춰 개발하면 되니까. 관광목적을 위해서도,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상업개발의 의미는 있다. 지역주민과 상인 입장도 헤아려줘야 한다.

그럼에도 큰 물음표가 하나 있다. 어째서 '폐선 2년 후 서둘러 착공'인가? 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괜스레 의혹도 불거졌다. 무얼 어찌하려는지 모르는 이도 부지기수다.

우리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시가 시민들을 위해 철도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받아냈던 노력을. 또 이제는 시민들을 위해 이 땅을 재생하려는 것도.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는 말을 시가 모를 리 없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서두를 게다. 하지만 "개발에 민심은 있는가?"를 말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이런 분위기라면 과정도 피곤하고 보람도 없다. 그간 시는 나름대로 민심을 헤아리려 애썼으리라 본다. 그런데도 시민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더 노력해야 한다. 좀 늦어지면 어떤가. 두고두고 즐겨 찾는 곳으로 꾸미면 너도나도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