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갔을 때 시내를 관통하는 고가철도의 폐선이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바뀌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보았다. 첫인상은 놀라울 정도의 소박함이었다. 일부러 돈을 들여 꾸민데라곤 하나도 없이 거기에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산책로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이 빚어낸 모습이 있었다. 고층 빌딩들 사이로 커브를 그으면서 이어지는 산책로는 색다른 묘미를 안겨주면서도 소박한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군데군데 녹슨 철로가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고, 양편에서는 제멋대로 자라게 내버려둔 잡초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세계의 도시 뉴욕의 공중에 떠 있는, 아주 오래된 느낌이 드는 자연스러운 고가 산책로! 그것은 돈벌이를 노리는 개발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보여주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길이었다.

상업적인 개발은 계속 개발로 이어지고,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만다. 그런 모습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목격하고, 거대한 파괴가 도시를 뒤덮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해운대 옛 철길이 왜 시민들의 바람대로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산책로가 되지 않고 있는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폐선부지=산책로'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대로라면 벌써 산책로가 조성되어 시민들이 마음대로 걸어 다니고 있어야 옳은 일이다.

그런데 상업 개발이라는 '마의 손'이 끼어들어 시민들이 걷고 싶어 하는 그 길을 조성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폐선부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대거 사들이고, 개발과 동시에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땅값까지 계산에 넣고 있을 것이다. 그런 농간 때문에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산책로는 물 건너가고,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불편하지만 참으면서 침목을 딛으며 오늘도 걷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관광열차나 레일바이크 같은 것을 만들어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타서 돈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꿈이다. 폐선부지가 순수한 산책로가 되어 길 가운데로 아름드리 느티나무나 벚나무 같은 것들이 자라고 그와 함께 꽃길이 열린다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이 되어 엄청난 인파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오로지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단순한 산책로를 바라고 있다. 이 소박한 바람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찬물을 끼얹는 짓을 그만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