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걷고 있는 이영훈 신부.

국제신문은 동해남부선 해운대 폐선부지 미포~송정 구간(4.8㎞)의 상업개발에 반대하고 시민공원화를 염원하는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릴레이 기고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지난해 가을 사무실 가족들과 함께 동해남부선을 걸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던 곳을 직접 걷는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라는 생각은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성급한 것이었음을 알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파도 소리, 바람에 실려 오는 바다 냄새와 촉감, 햇빛과 구름이 만드는 변화무쌍한 풍경, 폐 선로에 깔린 자갈의 사그락 소리. 그리고 내면에서의 느낌과 전율.

우리는 자연을 소유물로 여기고, 그래서 개발이 인간의 권리라고 믿고 있다. 물론 자연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동선'이라는 원칙 아래서다. 모두를 위한 개발이라면,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고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즉 민주적인 소통과 판단 그리고 분배 정의의 원칙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모든 결정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동해남부선 상업개발이 과연 그러한가. 소수의 이윤만을 위한 개발이 아닌가? 과연 모두를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수십만 년간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자연을 고작 몇십 년을 살고 사라질 우리가 섣부른 개발논리를 앞세워 이유만으로 파괴할 권한이 있을까? 우리 인간은 인류 공동의 유산인 자연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 다만 보호·관리·보존해야 할 책임, 위임권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생태적 회개'를 통한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 설정을 강조했다. '공동의 집'이라는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관계가 소유와 소비에서 상호보완과 돌봄의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정의와 사랑 실천을 강조한다.

지금 부산시가 진행하는 동해남부선 상업개발은 이런 의미에서 이윤을 위해 공동의 집을 파괴하려는 결정이 아닌지 묻고 싶다. 시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생태적 회개'다. 시는 지금이라도 시민들과 함께 공동의 집과 미래 세대를 위한 최상의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