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에 사는 힝티유(여·31·베트남) 씨는 11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온 후 처음 5년간 대부분 시간을 집 안에서만 보냈다. 당시 한국말을 전혀 할 수 없었고, 남편과 시부모가 다문화 프로그램을 배우는 사회복지센터에 나가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 힝티유 씨는 최근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4단계를 이수하고 있다. 이는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녀는 올여름 5단계 프로그램을 마친 후 귀화를 신청할 계획이다. 힝티유 씨가 제도권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한 사회적기업의 도움이 컸다. 동래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참조은다문화' 배경숙 대표는 힝티유 씨 집을 12회 찾아가 남편과 시부모를 설득했다. 그녀가 말과 문화를 배우니 성격이 활달해져 요즘 남편과 시부모가 이곳에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참조은다문화는 이처럼 적극적인 발굴로 행정기관에서도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결혼 이주여성의 한국 적응을 돕는 다. 2010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참조은다문화는 무료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조은다문화는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결혼 이주여성을 직원으로 채용해 일자리도 제공한다. 이들은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이나 중학교 자유학기 수업 등에 강사로 투입돼 영어·중국어 등을 가르친다. 

이곳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작은도서관도 운영한다. 작은 공간(면적 66㎡)에 3000여 권의 책을 모은, 크지 않은 곳이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8월에 동래구 인가를 받았다.  배 대표는 "이주여성과 아이들이 아무런 차별없이 함께 어울려 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