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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부산 기장군 한 주유소에 경유 가격이 997원으로 표시돼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주유 ·화물업계 수익악화 울상
12년 만에 ℓ당 900원대 경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부산에도 등장했다. 경유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여러 현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산 곳곳 990원대 경유주유소
22일 오후 부산에서 울산 방향 기장대로 곳곳에 990원대 경유를 판매 중인 주유소가 보였다. 아시아드컨트리클럽 근처의 세 곳(장안·월드컵·동부산농협주유소)은 모두 998원이었다. 주유소마다 싼 경유를 주유하려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트럭으로 붐볐다.
부산과 울산의 종합병원을 돌며 근무 중인 제약회사 영업사원 김모(34) 씨는 "990원대는 처음이라 가득 채워 넣는 중"이라며 "이 가격이 유지되면 월 활동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기대했다.
이날 온라인 유가비교 사이트인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부산에서 경유 가격이 ℓ당 900원대로 진입한 주유소는 기장군(17개소)과 사상구(8개소) 해운대구(2개소) 북구(2개소) 서구(1개소) 등 30곳이다. 부산진구나 동래구 남구 등 도심권은 아직 1000원대를 유지 중이다. 경유 가격이 가장 싼 주유소는 사상구 학장동 세원주유소로 ℓ당 990원이었다.
ℓ당 경유가가 1000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4년(877원)에 이어 12년 만의 일이다. 계속된 국제유가 하락이 주요인이다. 2014년 1월 배럴당 104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 19일 기준 30.07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류할증비 줄어 호재
여객운송업체는 쾌재를 부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유류할증료가 거의 사라져 승객 부담이 줄었다. 부산~일본 고속여객선을 운항 중인 미래고속은 고유가일 때 전체 운영비(선박유지비·인건비·등)에서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었지만, 현재는 30%도 되지 않아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고속 강재준 기획부장은 "2만 원 상당의 유류할증료가 이번 달 초부터 없어지면서 승객과 선사 모두에 이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관훼리 관계자도 "기존보다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어 고객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항공유를 쓰는 항공업계 역시 국제유가 하락에 재미를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의 박진우 홍보과장은 "지난해 동기보다 국내·국제선의 유류할증료가 1만~2만 원 내리면서 승객이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휴·폐업도 빈발
반면, 반발도 만만찮다.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대형화물차 운전기사는 외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며 울상이다. 화물을 운송하고 화주에게 받는 총운송료 수익이 기름값이 하락한 만큼 줄었고, 대신 통행료와 수리비 등은 더 올라 전체적으로 적자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부산항의 물동량마저 감소하면서 일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엄기현 사무부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인천 80만 원을 받던 총운송비가 최근 7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며 "생존권 위협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유소 간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휴업이나 폐업을 하는 업체도 잇따르고 있다. (사)한국주유소협회 부산지회는 지난해에만 지역 9개 주유소가 휴업에 들어갔고, 12곳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현재 주유협회에 등록된 지역 주유소는 모두 453곳이다. 주유협회 오판석 사무국장은 "기장군 경유 가격이 전반적으로 싼 것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더 많은 손님을 끌려면 손해를 감내하고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