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단체 3년 관련 업무 땐
- 관할지 재취업 못하지만
- 다른 구·군 시설 갈 수 있어
- 관련없는 부서 근무자는 제약 없이 취업 가능
- 가장 큰 문제는 市 공무원
- 규제 대상서 아예 빠져
- 14명이 시설장으로 진출
- 관장 자격 애매한 규정
- 2명은 복지사 자격증 없어
- 100억 규모 법인엔 불가?
- 부산 200곳 중 11곳만 해당
퇴직 공무원이 복지시설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것은 관련 법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복지 관련 시민단체는 그동안 꾸준히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법개정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 또 이에 앞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퇴직 공무원의 복지시설 취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선언 형식으로 천명하는 것도 요구된다.
■사회복지사업법
관련 법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지닌 것은 '사회복지사업법'이다. 이 법의 핵심은 제35조(시설의 장)로, 시설의 장이 될 수 없는 사람을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회복지분야의 6급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지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 중에서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시설의 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서 개정 요구가 빗발치는 부분은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시설'이다. 예를 들면 연제구에서 퇴직 전 3년 동안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한 공무원은 퇴직 후 2년 동안 연제구가 관할하는 복지시설로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뒤집어 보면 연제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는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조항의 가장 큰 함정은 광역단체는 예외라는 점이다. 광역단체인 시에서 근무한 공무원은 지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복지시설로 갈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한 셈이다. 부산의 복지 마피아(복지 공무원+마피아) 중 시 출신이 14명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조항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복지'로 분야를 한정하면서 정작 사회복지와 관련 없는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이 퇴직 후 같은 기초자치단체에 있는 복지시설로 가는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제35조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 조항 중 '사회복지분야'와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시설의 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삭제해 6급 이상 퇴직 공무원은 2년 이내에 복지시설에 재취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식 요청을 받으면 법 조항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관장 자격도 문제로 꼽힌다.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3조 2의 2항에 '사회복지관장은 2급 이상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법 제36조에 따른 운영위원회에서 인정한 자'로 규정돼 있다.
즉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어도 운영위원회에서 인정받으면 관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복지 마피아 중 두 명이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다.
■공직자윤리법
| |  |
|
'공직자윤리법'도 개정 대상이다. 이 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는 '취업심사대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조 11호에 '기본재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회복지법인과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기관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기본 재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란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3조는 '100억 원 이상'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부산지역 복지법인 중 기본 재산이 100억 원 이상인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인사혁신처는 이 법에 맞춰 올해 퇴직 공무원이 취업할 수 없는 개별 기관의 이름을 최근 고시했다. 이 가운데 부산의 사회복지법인은 11곳이다. 이는 현직에서 관련 업무를 했다고 하더라도 부산지역 200여 곳의 사회복지법인 중 11곳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민단체는 부산의 복지법인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점을 고려해 법에서 정한 기본재산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개정만으로도 복지 마피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취업심사대상자는 4급 서기관 이상이다. 5급 사무관은 아예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부산시장이 선언해야
복지 마피아 문제는 서울시 사례를 참고로 삼을 수 있다. 서울시 김인철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퇴직 공무원에 관한 재취업 규정이 만들어져 있고 규정을 성실히 따른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란 측면에서 시가 간섭할 수 없다"며 "하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지탄을 받는 시설에 가는 것과 시설의 입장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23명의 퇴직 공무원이 복지시설 기관장을 맡고 있는 부산은 서울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대응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시나 기초자치단체가 퇴직 공무원의 복지시설 재취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서 시장이 가이드라인을 직접 선언한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시 이병진 사회복지국장은 "공무원이 시설장으로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업무와 연관된 기관으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희국 유정환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