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새 3배 급증 지역 복지시설
- 부산시·구·군서 위탁받는 구조
- 원활한 사업 위해 공무원 활용
- 월급, 연금보다 낮게 책정 땐
- 둘 다 고스란히 챙길 수 있어
- 법인은 인건비 줄여서 환영
최근 퇴직 공무원들의 복지시설 진출이 급증하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에 이어 '복지 마피아'(복지 공무원+마피아)란 말이 부산지역 복지계에 돌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23명의 퇴직 공무원은 주로 장애인과 노인 시설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시설 기관장 임명은 운영 복지법인이 공개모집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법인 의사에 좌우된다.
■노인·장애인 시설 선호
퇴직 공무원들은 주로 노인과 장애인 시설에 둥지를 텄다. 23명이 일하는 26곳(겸직 포함)의 시설을 살펴보면 노인복지시설 14곳, 장애인시설 10곳, 사회복지관 2곳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노인복지시설은 요양시설 6곳, 노인복지관 2곳, 시니어클럽 4곳, 양로시설 1곳, 재가시설 1곳이었다. 장애인시설은 복지관 6곳, 직업 재활시설 3곳, 생활시설 1곳이었다. 퇴직 공무원들이 노인과 장애인 시설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시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인건비와 운영비 및 사업비로 지원받는 정부 보조금도 적지 않아 매력적이다. 일부 기관은 연간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관리한다. 또 최근 10년 사이 관련 시설이 많이 들어서면서 조직이 탄탄하지 않아 외부에서 시설장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반발도 크지 않다.
한 사회복지관장은 "역사가 오래된 사회복지관은 사회복지 전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복지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며 "반면 노인과 장애인 시설은 사회복지관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어서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들을 출신별로 보면 부산시가 14명이고 구·군 8명, 경찰 1명이다.
■시설 증가·정부 의존 구조
복지시설 증가가 복지 마피아 급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증가하면서 시설이 대폭 늘었고 공무원이 재취업할 기회도 많아졌다. 우선 시 홈페이지를 통해 복지 예산을 살펴보면 2005년 시 일반사회복지, 노인, 장애인 관련 예산은 5810억 원이었는데 10년 뒤인 2015년 2조4569억 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장애인복지시설이 14→69개, 노인복지시설은 30→160개로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사회복지관은 48개에서 55개로 소폭 늘었다.
복지시설 운영에 관한 구조적인 부분도 복지 마피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복지시설 대부분은 복지법인이 시나 구·군에서 위탁받은 뒤 정부에서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를 보조금으로 받아 운영(노인요양시설은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한다. 더욱이 시나 구·군의 관리 감독도 정기적으로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복지법인이 정부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형편이다. 이런 구조에서 복지법인은 관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공무원 출신 시설장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한 법인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복지는 관을 떠나 이뤄질 수 없어 공무원 출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무원·법인 합작품
퇴직 공무원이 복지시설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시 사회복지법인·시설 업무가이드를 보면 정부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받는 시설장의 정년은 65세다. 퇴직 후 5년을 더 일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복지시설장은 퇴직 공무원이 연금과 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공무원연금법 제47조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출자·출연한 기관에 임직원으로 채용됐을 때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고위공무원 출신이 지방공사나 공단 등의 임직원이 됐을 때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복지법인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복지시설장은 연금과 급여를 모두 받아 한 달에 500만~70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복지법인이 퇴직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해 개정한 공무원연금법 제47조 3항을 보면 '퇴직 연금수급자가 연금 외 소득의 월평균 금액이 전년도 평균연금 월액을 초과한 경우 정해진 구분에 따라 금액의 지급을 정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월평균 연금보다 월급이 많을 경우 연금 일부를 삭감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이 조항은 올해부터 시행되고 지난해까지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상의 월급을 받을 경우 연금 지급을 제한했다. 참고로 지난해 초 여기에 해당하는 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329만 원이었다. 복지법인의 입장에서는 지난해 329만 원, 올해는 해당 시설장의 월평균 연금보다 월급을 적게 주면 된다. 결국 다른 전문가보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기 때문에 복지법인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 한 법인 관계자는 "공무원을 고용할 경우 가장 큰 매력은 월급이 적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법인 입장에서는 적은 급여와 함께 또 다른 목적을 위해 퇴직 공무원 영입에 적극적이다. 복지계에 소문으로 파다하게 퍼진 '로비'를 위해서다. 한 법인 관계자는 "법인은 시설 개선을 위한 기능보강사업을 신청하려고 해도 힘이 없다. 공무원이 나서야 추진이 잘 이뤄진다"고 로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법인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는 가장 큰 목적은 로비를 위해서"라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