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지난 19일 남극해에서 좌초된 우리 원양어선 썬스타호를 유빙에서 꺼내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 39명 태운채 유빙에 갇혀 좌초
- 국내 어선 '썬스타호'도 구해

4년 전 유빙에 갇힌 러시아 원양어선을 구조해 '남극 산타'라는 별칭을 얻은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7487t)가 또다시 좌초 위기에 처한 국내 어선을 구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9일 남극해에서 유빙에 의해 좌초된 국내 원양어선 '썬스타호'(628t·승선원 39명)를 아라온호가 구조했다고 20일 밝혔다. 썬스타호는 파타고니아이빨고기(메로)를 잡는 원양선으로,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께 항해 중 배 앞 바닥부에 가로 15m, 세로 7m, 두께 2m 크기의 유빙이 들어가 13도가량 기울면서 좌초됐다. 구조를 위해 함께 조업에 나섰던 '코스타호'(862t)가 예인줄을 연결해 유빙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선사 측은 사고 발생 후 1시간이 지난 오후 8시30분께 해수부 종합상황실에 조난 신고를 했다. 해수부는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계' 경보를 발령한 뒤 썬스타호 승선원들이 특수 방한복을 입고 코스타호로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해수부는 사고 지역 반경 160㎞ 이내에 구조 가능한 배가 없다고 판단해 209㎞(항해 거리 10시간) 떨어져 있는 아라온호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 당시 아라온호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물품 보급과 로스 해 연구를 마치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항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께 조난 현장에 도착한 아라온호는 빙하 깨기와 끌어내기 작업을 벌인 끝에 같은 날 오후 1시10분께 썬스타호를 유빙에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썬스타호 선체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돼 21일 0시께 자력으로 주 조업지인 남극 로스 해에 도착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메로 잡이 배 1척이 유빙에 좌초됐다가 자력으로 사고를 모면했다. 올해도 유빙이 두꺼워 조업 시기가 예년보다 20일가량 늦춰졌는데 사고가 났다"며 "아라온호 덕분에 빠른 구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라온호는 2011년 크리스마스 때 남극해에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를 구조해 남극 산타라는 칭호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