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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9> 다람쥐

모델 포스, 반짝이는 눈빛…앙증맞은 숲속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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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내 상수리나무 위에서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고 있다.
- 주로 땅에서 생활…아침마다 몸단장
- 위험 닥치거나 먹이 생기면 높은 곳 이동
- 높은 나뭇가지서 낮은 곳 뛰어내릴땐
- 두툼한 꼬리 펴서 균형 잡고 속도 줄여

- '삣삣' 등 소리로 다른 동물에 비 예보
- 뺨주머니 이용 먹이 날라 창고에 저장
- 겨울잠 자기 전 흙·나뭇잎으로 굴 정비
- 등산객들 도토리·밤 채취 자제해야

산책하다 만난 다람쥐 한 마리가 너무나 여유 있게 사람들을 반겨준다. 녀석의 서식지는 경북 경주시 황성 공원. 신라가 살아있는 도심 속 숲 황성공원은 단순히 나무가 우거진 휴식공간으로서의 숲이 아니다. 호원설화의 배경이자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던 신라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공원이다. 황성 공원에는 각종 조류와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동이 틀 무렵 다람쥐들은 서서히 활동하기 시작한다. 공원을 거닐거나 이동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곳이 그들의 아지트임을 짐작하게 한다.

   
큰 상수리나무 가지 위에서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찾고 있는 다람쥐.
다람쥐는 젖먹이동물로 가장 작은 지목에 속한다. 지목 다람쥣과의 다람쥐는 동유럽에서 아시아 북동부의 삼림지대까지 널리 분포한다. 한국에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숲이 우거진 곳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소리 없이 어느 틈엔가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가 조그만 앞니로 도토리라도 깨무는 모습을 보면 여간 앙증맞은 게 아니다. 몸에 나 있는 줄무늬는 귀여움을 더해준다.

땅에서 주로 생활하는 다람쥐는 위험이 닥치거나 먹이를 찾을 땐 나무 위로 올라간다.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나무 위에서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나뭇가지로 뛰어내릴 땐 두툼한 꼬리를 펴서 균형을 잡고 속도를 줄인다.

   
나무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황성 공원 다람쥐의 동선은 거의 일정하다. 동이 틀 무렵 어김없이 보금자리를 나와 정해진 참나무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세수를 한다. 앞 두 발을 손으로 삼아 세수를 한 뒤 머리도 감는다. 세수와 머리 감기에 이어 몸단장도 한다. 온몸에 난 털을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단정하게 손질한다. 가슴, 배, 겨드랑이, 등, 꼬리 순이다. 자신의 침이 비누나 샴푸의 역할을 한다.

이어 바위 식탁에 자리를 잡고 이른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까기가 쉽지 않지만 이미 깔끔하게 껍질을 벗겨낸 도토리 하나를 앉은 자리에서 뚝딱 먹어치운다.

황성 공원에는 다람쥐가 정말 많다. 도토리를 까먹으면서도 도망도 안 간다. 모델까지 해주는 다람쥐도 있다. 매너와 반짝이는 눈빛, 그리고 겁없는 표정까지 어쩌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 같은 친구이다.

   
다람쥐가 가장 좋아하는 도토리.
다람쥐를 잘 관찰하면 일기예보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람쥐는 비가 오기 몇 시간 전에 이미 나뭇가지나 바위에 앉아 '삣삣' 또는 '짓짓' 하며 독특한 울음소리를 낸다. 조만간 비가 올 것을 알고 미리 다른 동물에게 전하는 신호이다. 단적인 외국 사례 하나. 다람쥐가 많이 사는 러시아의 이만강계곡에 어느 해인가 다람쥐가 자취를 감췄다. 이후 폭우로 인해 홍수가 나 계곡은 완전히 침수됐다. 다른 동물들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지만, 다람쥐들은 모두 인근 산속으로 이동해 위험을 피했단다. 이처럼 다람쥐는 비가 올 것을 알아내는 본능이 있다.

   
다람쥐가 마치 캥거루처럼 앞발을 들고 먹이를 움켜쥐고 먹고 있다.
나무 밑동 같은 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살피다가 금방 쪼르르 달려가 어느새 저만치 가 있는 몸놀림이 아주 빠르고 나무를 잘 타는 다람쥐이지만 이들을 노리는 천적도 많이 존재한다. 족제비, 담비, 삵, 오소리, 너구리 등의 포유류와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매, 부엉이, 올빼미 등의 맹금류가 그들이다. 까마귀와 작은 구렁이 같은 뱀 종류도 포함된다.

다람쥐는 뺨주머니를 갖고 있다. 숲 속을 이리저리 다니다 바위틈이나 낙엽 사이에서 도토리라도 찾으면 양쪽 뺨에 있는 뺨주머니를 이용해 먹이를 나른다. 뺨주머니는 뺨에서 목까지 안쪽에 있는데, 먹이를 집어넣으면 부풀어진다.

다람쥐는 먹이가 생기면 높은 곳으로 이동해 쪼그리고 앉아 양손으로 먹이를 받쳐 들고 먹는다. 멀리까지 볼 수 있어 적이 나타나면 금방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람쥐 한 쌍이 돌 위에서 암컷은 먹이를 먹고, 수컷은 천적이 오는지 주변을 보고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오면 다람쥐는 무척 바빠진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먹이를 많이 먹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여름에 살던 굴보다 더 깊이 굴을 파야 따뜻하게 겨울잠을 잘 수 있으므로 굴 정비도 해야 한다. 다람쥐는 굴을 파고 가장 안쪽에 방을 만들어 나뭇잎이나 새의 깃털로 폭신하게 깐다. 또 한 번에 5~8g 정도의 먹이를 뺨주머니에 넣어 먹이 창고에 저장한다.

다람쥐는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굴의 입구 쪽은 흙으로 막고, 굴의 중간은 마른 나뭇잎으로 꽉 채워 바람을 막는다. 그리고서 마른 나뭇잎으로 푹신하게 꾸며 놓은 가장 안쪽의 방에서 이듬해 봄까지 겨울잠을 잔다. 때때로 배가 고프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먹이창고에 저장해둔 먹이를 먹기도 한다.

   
다람쥐 두 마리가 바위 위에서 침입자가 나타나는지 경계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이런 다람쥐도 차츰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등산객들이 무분별하게 산을 훼손하고 도토리나 밤 등 다람쥐 먹이를 채취해 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람쥐를 잡아 애완용으로 팔기까지 한다. 이런 분별없는 행동 대신 조금만 더 사려 깊게 행동한다면 다람쥐들은 오랫동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취재 협조 = 박용수 조류전문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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