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복원 구상 어떻게 - 국내외 생태운하 사례에 주목

- 부산시 구상은 '청계천+α'모델
- 휴식·편의시설에 초점 맞췄지만
- "배를 띄워야 제대로 된 하천"
- 일부선 생태운하형 개발 제안

- 日 도톤보리· 포항운하 친수공간
- 관광상품 키운 사례 주목해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도심 속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수변공원, 사람의 발길을 최소화한 생태공간, 유람선이 떠다니는 운하. 어느 것을 상상하든 부전천 복개도로 복원의 미래는 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부산시민 삶의 일부로, 도시재생과 더불어 도심의 멋진 관광상품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다줄 부전천 복원에 참신한 상상력과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형 복원 방안 마련 중요

부산시는 부전천 복개도로 복원 밑그림으로 '청계천+α'를 구상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폭 25m의 왕복 4차로인 도로를 걷어내 13m의 하천공간을 조성하고, 양옆으로 6m씩 사람과 차가 다니는 왕복 2차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도로에서 2~3m 깊이의 하천공간에는 부전천(폭 3~4m)을 중심으로 양쪽에 매트리스를 깔아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꾸민다. 또한 운동기구·벤치 등을 설치해 청계천과 차별화한다. 이는 청계천보다 좀 더 시민 편의시설을 갖춰 휴식공간으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포항 운하 - 총구간 1.3㎞. 2012년 5월 착공해 2014년 1월 준공. 1970년대 도시화 과정서 매립돼 주거지역으로 바뀐 동빈내항~형산강 구간에 물길을 복원. 친수공간 6만2000㎡, 상업용지 3만4000㎡. 유람선 띄우고 친수공간을 만들어 관광객 유입 증가. 사진은 2013년 11월 통수식 때 모습. 포항시 홈페이지

하지만 청계천을 뛰어넘는 부산형 복원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민모임 '숨쉬는 동천' 이용희 대표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부전천 복원 구간에 배를 띄우는 운하형을 제안한다. 이 대표는 "유람선 같은 배가 떠다녀야 하천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찾는 것 아닐까"라면서 "서면 메디컬스트리트와 롯데백화점에 일본 러시아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데 부전천에 배를 띄우면 또 다른 부산의 관광명소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람선이 어렵다면 곤돌라 형식이라도 상황에 맞게 운항하자는 제안이다.

운하형 하천재생 성공사례로는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천이 곧잘 거론된다. 도톤보리 천은 1615년에 길이 2.7㎞, 폭 28~50m로 만들어진 운하형 하천이다. 오사카의 심장부이기도 한 난바지역은 한국 여행객이 선호하는 곳이다. 강변 카페와 화려한 조명의 야경이 도심 속 색다른 모습을 선사해 젊은 층에 인기가 좋다. 이곳 역시 악취로 버려진 하천이었지만 1994년부터 꾸준한 정비사업으로 도시재생의 아이콘이 됐다. 비슷한 사례로 파리의 생 마르텡 운하와 미국의 샌 안토니오 천도 있다. 국내에는 경북 포항의 포항 운하가 유람선과 크루즈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시민축제와 연계해 지역 대표 관광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론 수렴 등 다양한 논의 필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천 - 1615년에 만들어진 길이 2.7㎞ 폭 28~50m 운하형 하천. 악취로 버려진 하천이었지만 1994년부터 꾸준한 정비사업으로 도시재생의 아이콘이 됐다. 카페와 어우러진 야경이 특별해 한국 여행객이 선호.

운하형 복원이 되려면 유지용수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시는 공원형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전제로 수영하수처리장에서 고도처리한 유지용수 2만 t을 확보, 7.4㎞의 관로를 통해 흘려보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운하형은 이보다 수십 배의 유지용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화기술단 이봉재 대표는 "1단계 사업구간인 문화버금로는 바닥 경사가 심하지 않아 유지용수만 확보된다면 운하형 추진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폭 20m에 수심 1m만 돼도 초당 20~30t이 흘러야 한다. 배를 띄우려면 최소 2m 수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물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람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스카이라인이나 야경 등 시각적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생 마르텡 운하 - 도톤보리 천 재생과 유사한 사례

'생명그물' 이준경 실장은 복원 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므로 전문가와 시민의 뜻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실장은 "공원형 친수공간뿐만 아니라 운하형도 검토해볼 만하다"며 "부산시의 부전천 복개도로 복원 발표 후 개최된 하천살리기위원회 회의에서도 연말까지 복원 유형을 놓고 충분히 고민해보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하천 유지수의 수질을 어디까지 담보할 수 있느냐도 복원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며 "청계천처럼 아이들이 발을 담글 수 있도록 만들려면 하수처리장에서 고도처리한 유지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