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 전민철 기자

- 대금조달 편의제공하고 뒷돈 등
- 재판부 2개 혐의 대해서만 인정

- 핵심이었던 제3자 뇌물수수는
-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
- 사후수뢰 부분도 "증거 부족"

- 검찰 수사 초라한 성과 남겨

법원은 올 상반기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부산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검찰이 지목한 이종철(63)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다섯 가지 혐의 중 세 가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부산도시공사 직원도 무죄를 선고받아 검찰의 동부산 게이트 수사 성과가 초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혐의 '제3자 뇌물수수' 무죄

부산지법 형사5부(권영문 부장판사)는 30일 사후수뢰와 변호사법 위반, 뇌물요구, 제3자 뇌물수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사장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두 건과 사후수뢰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사장은 공판 때 퇴임 이후 동부산관광단지 내 푸드타운 민간사업자 송모(49·1심 징역 1년6월 선고) 씨에게 부지 대금 조달 방법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200만 원을 받은 점과 재직 중 롯데몰 동부산점장 박모(45·불구속기소) 씨에게 상가 입점권을 요구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했는데, 재판부가 이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재판부가 이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부분은 이 전 사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감리업체와 토사업체에 푸드타운과 롯데몰에 각각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다. 재판부는 "형법의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때에 성립되는데, 기소된 내용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사장이) 수년 동안 분양되지 않은 푸드타운 부지 분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던 점과 지역업체를 관련 용역업체로 배려한 것이라는 변호인의 주장, 매수인(송 씨)이 매도인(공사)에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거래상 통상적인 예인 점 등에 비춰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후수뢰 혐의 입증 증거 부족"

재판부는 또 이 전 사장이 재직 때 롯데몰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퇴임 이후 가족 명의의 상가 입점권을 받은 혐의(사후수뢰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후수뢰죄는 '부정처사'를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지만 롯데쇼핑에 이 전 사장이 행정 절차상 특혜를 줬다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봐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동부산 관광단지의 핵심 시설인 롯데몰에 전략적·적극적 접근이 필요했던 것으로 본다"고 판시했다.

특히 권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사장의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에 이목이 집중돼 있어서 재판부의 고민도 상당히 많았고, 이러한 점 등을 감안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판결 요지를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고위 공직을 두루 역임한 뒤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피고인에게는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범행을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40년 동안 공직자로 국가와 부산시에 헌신한 점, 범행에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부산도시공사 전문위원 양모(46·1심서 징역 6년 선고) 씨에게 현금 3000만 원과 향응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공사 장모(45) 차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을 준 양 씨의 진술이 여러 측면에서 섣불리 믿기 어려운 데다 양 씨의 진술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양 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동부산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된 민간사업자들은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이날 이 전 사장과 장 씨의 선고로 이번 검찰 수사는 씁쓸한 결말을 남겼다는 분석이 많다.

◇동부산 게이트 연루 기소자 유무죄 현황   이종철(63)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   징역 8월 장모(45) 부산도시공사 차장   무죄 송모(49) 푸드타운 민간사업자 징역 1년6월(기선고) 양모(46) 부산도시공사 전문위원  징역 6년(기선고) 재판부 혐의 인정 변호사법 위반, 뇌물요구죄   뇌물공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불인정 제3자 뇌물수수 2건, 사후수뢰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