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객터미널과 인접한 4부두가 29일 보안구역에서 해제되면서 벽이 없어져 터미널과 접근이 쉬워졌다. 전민철 기자

중학교 3학년에게 뚫린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본지 지난 28일 자 8면 보도)에 이어 다음 달 이전 개장을 앞둔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역시 보안이 허술한 데다 주변 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개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국제여객터미널. 9만2945㎡ 규모의 5층짜리 새 건물 옆으로 수십 척의 유류선과 폐선이 정박해 있었다. 원래 이곳은 제4부두였지만 북항 재개발 사업을 위해 담벼락을 허물고 보안구역에서 해제됐다.

이 때문에 터미널 부지에서 해당 선박들까지는 아무런 제지 없이 접근이 가능했다. 수백 척이 빼곡하게 정박한 탓에 여전히 부두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인근 5부두까지 배와 배 사이를 건너면 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지역은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에 포함됐지만, 오는 2019년 이후에야 개발이 시작돼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유류선이 대부분이라 화재의 위험이 큰 데다, 개장 후 외항선까지 드나들면 밀수는 물론 밀항과 밀입국을 돕는 역기능마저 우려된다.

해당 공간과 터미널 사이에는 울타리만 있었다. 경비 인력이 빠진 탓에 태풍이 불어닥쳤던 지난 12일엔 갑판장 이모(48) 씨가 배와 배 사이를 건너다 실족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보통 기상이 악화하면 선원의 대피를 안내하고 지도하지만 이곳은 누구의 감시와 관리도 받지 않는 '무방비 지역'이나 다름없다. 향후 북항 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항만 보안관계자는 "이 지역은 보안구역이 아니어서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국제여객터미널에 대해서는 부산의 관문인 만큼 미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높은 울타리를 치지만 첨단보안시스템으로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장을 앞둔 상황이지만 주변 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크루즈 터미널과 보안검색대 사이 이동 거리가 840m에 달하지만 비 가림 시설조차 없어 궂은 날씨에는 이용객들의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무빙워크 설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탓에 엉터리 설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시 송양호 해양수산국장은 "내달 개장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할 것으로 보여 주요 시설에 대한 정비는 이뤄질 것"이라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협의해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은 애초 7월 초 개장 예정이었으나 메르스 확산 등의 이유로 다음 달 말로 개장이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