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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9> 하늘다람쥐

가죽 망토 펼쳐 나무사이로 훨훨…귀요미 숲 속 비행사

  • 백한기 선임기자
  •  |   입력 : 2015-06-17 18:59:5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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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망울이 유난히 큰 하늘다람쥐는 천연기념물 328호,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동물이다.
- 출생 60일가량 지나면
- 처음으로 둥지 밖으로
- 어미에게서 활공 배운 뒤
- 비막 펼쳐 공기흐름 이용
- 50m 이상 날아가기도
- 새처럼 위로는 날지 못해

- 초롱초롱 큰 눈망울 가졌지만
- 가까이에 있는 물체는 잘 못 봐
- 안테나 역할 수염이용 사물 인식
- 주로 야간에만 먹이활동 나들이

'네 발 달린 포유류이면서 하늘을 나는 다람쥐도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저는 함양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백련사 주지 성각입니다. 2년 전 봄 우리 사찰 경내 딱따구리가 번식을 마치고 떠난 오동나무 구멍에서 하늘다람쥐가 번식에 성공해 어여쁜 새끼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후 봄만 되면 이곳에 하늘다람쥐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합니다."

   
하늘다람쥐가 나무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혹시 무슨 위험은 없나' 하고 주위를 살피고 있다.
취재팀은 백련사 성각 주지스님의 제보를 받고 지난 4월 경남 함양군 서하면 옥환이라는 작은 산골 마을을 찾았다. 한때 40여 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민가 한 채와 사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오지마을로 전락했다.

사방이 백운산 줄기로 둘러싸인 이곳 마을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어귀마다 우뚝 서 있다. 하늘다람쥐 촬영은 지난 4월부터 2개월 정도 추적 끝에 성공했다.

귀하신 몸 하늘다람쥐가 이처럼 사찰 경내에 살고 있다니 뜻밖이었다. 녀석은 수령 20년쯤 되는 오동나무 딱따구리 구멍에 둥지를 마련해 놓고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원래 하늘다람쥐는 스스로 굴을 파지 않는 탓에 주로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을 재활용해 보금자리로 이용한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아래로 파 내려가며 둥지를 만든다. 비바람도 피하고 눈보라도 막아 주니 이보다 더 좋은 집은 숲 속에 없다. 또 튼튼해 무너질 염려가 없고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니 하늘다람쥐에겐 가장 완벽한 집이다. 그 속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고 있었다.

   
딱따구리의 옛 둥지에서 앙증스러운 눈망울을 가진 하늘다람쥐 새끼가 세상구경을 하고 있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털이 없다. 젖을 먹인 후엔 조심스럽게 핥아주고 체온 유지를 위해 나뭇잎으로 만든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

하늘다람쥐 새끼의 생명은 몸속의 수정란에서 시작된다. 새끼는 어미의 탯줄로 영양분을 받아 뱃속에서 자란 다음 세상으로 나온다. 젖먹이 동물인 하늘다람쥐 새끼들은 성장이 더딘 편이다. 보통 60일 정도 어미의 젖을 먹는다.

태어난 지 2개월이 지나면 어미의 학습이 시작된다. 이제 젖도 떼어야 할 시기다. 어미는 새끼들을 밖으로 유도한다. 활공 학습을 시키려는 것이다. 새끼들은 어미를 따라 둥지 밖으로 나선다. 첫 외출이다. 하지만 나란히 고개를 내민 채 어미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린다.

어미는 멀리서 활공 시범을 보였지만 새끼들은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중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둥지를 나선다. 높은 가지로 기어오르는 모습이 활공을 시도할 모양새다. 아직 다른 새끼는 머뭇거린다. 10m가 넘는 오동나무 둥지에서 활공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침내 비막을 활짝 펼쳤다. 비막이란 새가 아니면서 활공할 수 있는 동물의 발가락 사이에 나 있는 얇은 피부막. 하늘다람쥐는 얼핏 보면 나는 것 같지만 새처럼 위아래로 날지 못한다. 비행이 아닌 공기를 타고 내려오는 활공을 하는 것이다. 다리를 뻗어 비막을 펼치고 꼬리로 균형을 잡아 행글라이더처럼 기류를 타고 움직인다. 짧게는 5m, 길게는 50m 이상 활공이 가능하다.

새끼의 첫 시도 후 활공 거리는 눈에 띄게 길어졌다. 하늘다람쥐 가족은 먹이가 있는 곳까지 활공하며 이동했다. 새끼들이 배불리 먹을 때까지 어미는 곁에서 지켜만 본다.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다. 결국 하늘다람쥐의 첫 활공 학습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숲 속의 밤하늘은 새로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 사이에 쌓여 있는 하늘다람쥐 배설물
몸길이 15~20㎝, 꼬리 길이 9.5~14㎝. 하늘다람쥐의 몸집은 다람쥐보다 조금 크다. 유난히 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포유류로 성질이 온순하다. 주로 해 질 무렵부터 아침 일출 전까지 활동하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새끼를 끼울 땐 예외로 낮에도 먹이활동을 한다. 먹이는 주로 잣이나 도토리와 같은 딱딱한 열매, 과실, 나무의 어린싹 및 곤충 등이다. 다람쥐와 같이 수직으로 앉아서 앞발로 껍질을 벗겨서 먹는다.

긴 수염은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한쪽에 13~15개로 양쪽에 30개 이상을 갖고 있다. 길고 딱딱한 수염이 끝에 닿는 순간 민첩하게 움직인다. 가까이 있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수염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배 쪽은 백색이다.

   
하늘다람쥐와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성각 스님이 하늘다람쥐 의 둥지 아래 텃밭에서 나물을 캐고 있다.
하늘다람쥐는 한때 서식지인 숲이 파괴되면서 거처를 잃어갔다. 이 때문에 그 수가 점점 줄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해서,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8호로,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숲이 우거지면서 하늘다람쥐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사라져 가던 녀석들이 다시 늘고 있어 무척 다행이지만 이들이 안정적인 개체 수를 확보할 때까지 지속적인 보호 활동이 필요하다.

한편 국내에 서식하는 다람쥣과 동물은 하늘다람쥐, 청설모, 다람쥐, 날다람쥐 등 4종이 있다. 이 중 날다람쥐는 1923년 서울의 한 모피상에서 모피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을 뿐 이후엔 조사가 없어 국내 서식 여부에 대해선 확실치가 않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취재 협조 = 백련사 성각 주지 스님·김용만 함양군청 기획감사실· 염희생 생태전문가·길병섭 생태전문가· 박용수 생태전문가· 도연 스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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