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팸문자 위장 결제내역 통지
- 웹하드 54개 운영 일당 적발

가입만 하면 공짜로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말에 60만 명이 그대로 속아 넘어갔다. 속칭 '이벤트 웹하드' 운영자는 깨알 같은 글씨의 약관으로 유료 결제를 알리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문자 메시지를 스팸처럼 전송하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부산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방송·영화 등 영상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이벤트 웹하드 사이트' 54개를 운영하면서 무료인 줄 알고 가입한 회원 수십만 명을 속여 98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상습 컴퓨터 등 이용 사기)로 정모(31)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 사이트 직원 5명과 사이트 제작자 1명을 범죄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무료 회원가입만 하면 해당 사이트에 등재된 영상물을 볼 수 있다고 속인 뒤 가입자 1인당 1만6500~1만9800원의 월정액을 빼가는 수법으로 59만6949회에 걸쳐 97억8431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정 씨는 먼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SNS 등으로 해당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이른바 '파트너' 100여 명을 고용했다. 이를 보고 찾아온 이용자들은 해당 사이트의 '무제한 다운로드' '가입만 하면 무료 이용' 등의 문구에 현혹돼 가입 절차를 밟았다. 이용자들은 본인 인증을 위한 휴대전화 인증번호까지 받아 가입을 마쳤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 콘텐츠는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월정액만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빠져나갔다. 알고 보니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자동결제가 되는 것이었다.

정 씨는 이용자들이 결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결제 내역을 알리는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안내 초특가 대박 이벤트 16500원 결제 무제한 정액제 문의'라는 스팸성 문구로 위장했다. 정 씨에게 속은 약 60만 명 가운데 이러한 문자메시지를 알아챘거나 이후 휴대전화 이용내역을 보고 항의해 환불을 받아낸 이용자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 결제 사실을 모르거나 소액이어서 그냥 넘어갔다. 특히 해당 사이트 아래에는 희미하고 작은 글씨로 유료사이트를 알리는 약관이 기재돼 있었다.

정 씨는 별도 팝업 형태가 아닌 사이트 내 결제를 유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부산지검 이현철 형사1부장은 "정 씨와 같은 범행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의무적으로 인터넷 결제는 별도 팝업 형태의 표준결제창에서만 이뤄지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이 같은 지능형 결제 범행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