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선 비상구역 21㎞ 설정
- 58%가 "잘못된 결정" 답해
- 소득 높을수록 부정적 의견
- 원전 인근 최우선 지원은
- "방호·방재시설 확충" 44%
- "향후 탈원전 바람직" 54%
부산시민의 상당수가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지만 정작 부산시의 원전 정책은 이러한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확인됐다. 또 시민의 절반 이상은 내년 치르는 총선에 원전 이슈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정치권 역시 원전에 관심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시 정책 못 믿겠다"
이번 설문조사 11개 문항 중 2개는 부산시의 원전 정책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그중 부산시가 최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최소거리인 반경 20~21㎞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33.7%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약간 잘못한 결정'(24.3%)까지 합하면 58%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에 반해 '매우 잘한 결정'은 3.4%에 불과해 적극 반대층과 적극 찬성층의 차이가 10배에 달했다. '약간 잘한 결정'(7.3%)까지 합해도 부정적인 의견에 비해 긍정적인 의견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의 66.3%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뚜렷하게 반대 성향을 나타냈다.
고리원전과 관련해 부산시의 전반적인 원전 안전정책 추진 정도에 대한 질문에서도 '약간 잘못' 29.5%, '매우 잘못' 28.4%로 부정적인 의견이 절반을 웃돌았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의견은 9.4%에 그쳤는데, 이는 부산시의 원전 정책에 대해 지역 내 반대 여론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득별로 응답자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아질수록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의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월 소득이 150만 원 미만의 경우 42.8%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데 반해 700만 원 이상은 75%에 달했다.
■방호·방재시설 확충 시급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정부가 가장 우선 지원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방호·방재시설 확충 및 기구 보급'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탈원전 대안에너지타운 조성 23.5%, 생활편의복지시설이 16.6%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현재 생활편의시설 확충에 집중된 원전 인근 지역 지원금 사용처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너지 분권 측면에서 원전 관련 기관을 부산으로 옮겨오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인식을 앞질렀다. 현재 서울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부산 이전에 대해선 긍정적 의견(매우 찬성과 약간 찬성)이 51.4%로 25.5%인 부정적 의견(매우 반대와 약간 반대)의 배가 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리나라 원전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이다.
고리1호기 폐쇄 때 폐로종합연구소를 부산에 유치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찬성이 42.6%로 반대(22.9%)에 비해 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폐로종합연구소의 경우 전문적인 기관이라 응답을 유보한 비율이 27.8%로 다소 높았다.
■이제는 탈원전
부산시민들은 궁극적으로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탈원전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고리1호기 폐쇄를 비롯해 향후 탈원전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적극 찬성'이 30.8%로 가장 많았고, '약간 찬성'도 22.8%에 달했다. 이에 반해 '적극 반대' 4.6%, '약간 반대'는 9.9%에 불과했다. 특히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적었는데, 20대의 경우 2.2%만이 '적극 반대' 의견을 밝혔고 '약간 반대'도 7.1%에 그쳐 평균을 밑돌았다.
고리1호기 문제가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표심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는 '약간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가 39.6%로 가장 많았고 '매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자도 16.4%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6%,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18.7%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가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부산시민들은 현재 원전 안전정책 전반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정치권에서도 이를 주목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흐름인 탈핵·대안에너지 조성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시민 70% 불안…40대 가장 부정적인 점 주목"
■ 설문 총괄 차재권 교수
- "원전 안전과 불평등 문제, 젊은 세대 인지 낮은 듯"
원전 안전 및 에너지 분권의식 조사를 이끈 동의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사진)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부산시민 10명 중 7명이 원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제신문과 (사)시민정책공방이 공동기획해 부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였다.
차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에너지 분권 및 원전 불안감에 따른 정부의 안전 대책을 촉구하는 부산시민의 의지가 확인됐다"고 총평했다.
특히 나이별로 보면 40대 부산시민이 가장 원전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정부의 원전 안전 대책을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고리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과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에 대해서 40대의 부정적인 답변이 가장 높았다"면서 "40대를 정점으로 30대와 50대가 부정적 여론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 결과 2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수도권과 원전지역 간 전기요금 차이가 없는 현실이 '공정하다'(매우 공정 및 약간 공정 포함)는 인식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강하게 나타난 반면 '불공정하다'(매우 불공정 및 약간 불공정)고 응답한 비율은 40대(79.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20대(65.3%)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차 교수는 "20대 등 젊은 층은 원전의 불안전성을 포함해 정부의 원전 정책에서 수도권과 지역 간의 불평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심스레 분석된다"면서 "대부분의 설문에서 40대를 정점으로 30·40·50대가 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정부 당국이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이번 설문 조사는 에너지 분권 문제와 관련한 부산 및 수도권 주민의 안전 체감도와 원전 인접 주민의 안전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며 "특히 원전도시 주민의 권익향상을 위한 시민사회 운동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