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한창인 동부산관광단지에 도둑들이 설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지역 정치인, 공무원, 경찰, 도시공사 직원, 쇼핑몰 업자, 부동산 업자 등이 얽히고설킨 채 노른자위를 빼먹고, 돌려 먹고, 나눠 먹고 다 했단다. 검찰이 파헤친 것을 보면 뇌물수수 사후수뢰 청탁 압력 상납 접대 향응 등 부패 온상에서 나올 법한 목록이 다 있다. '토착비리 종합세트'란 말이 딱 어울린다. '성완종 리스트' 못지않은 파문을 예고한다.
동부산관광단지는 부산의 자존심과도 같은 사업이다. 4조 원에 이르는 사업비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여기에 바친 지역의 노력이 그만큼 눈물겨웠음이다. 서부산의 에코델타시티, 원도심의 북항재개발과 함께 부산 3대 미래 사업으로 불리는 건 그만한 무게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1999년 사업이 첫발을 뗐으나 지지부진했다. 2006년 관광사업 승인 후 시는 미국 MGM, 영국 서머스톤, 두바이 알알리그룹 등을 잇따라 접촉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금융비용은 갈수록 불어났다. 토지보상비로 은행에서 차입한 돈이 6000억 원, 연 이자만 200억 원에 달했다. 전부 시민 세금이다. 2009년 시로부터 운영권을 떠안은 부산도시공사는 CJ를 믿었다. CJ는 테마파크 조성 협약만 맺고 5년을 버티다 지난해 돌연 사업을 포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GS·롯데 컨소시엄이 새로운 사업자가 됐다. 골격은 틀어졌고 콘셉트도 변질했다. 애초 목표인 외자유치를 통한 세계적 테마파크는 무산됐고, 쪼개기 매각으로 민간업자들만 배를 불렸다. 봉황을 그리려다 참새를 그린 꼴이다. 그래도 '잘 되겠지' 시민들은 믿고 기다렸다.
시는 조바심을 냈다. 무리한 추진, 빨리 가기 위한 급행료, 기름칠이 가해졌고 여기에 사업 관련 분야의 다양한 인물이 얽혀들었다. 총책임자인 도시공사 사장마저 이권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총체적 관리·감독 부재를 말해준다. 시가 외쳐온 '청렴海요~부산'이란 구호가 한순간에 우습게 됐다. 동부산관광단지 애칭을 '오시티'(Oh-city)라 지어놓고 첫 공개행사가 '부패 스캔들'이라니 '오(Oh)~' 기가 찰 노릇이다.
시민들의 상실감은 매우 크다. 부산의 미래 한 축을 도둑맞은 느낌이 이럴까. 실컷 세금을 내 일을 맡겼더니 이자 물다 비리 잔치에 떡 올려준 꼴이 아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시가 나서 해명해야 한다. 비리의 온상을 갈아엎는 고강도 자정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토착비리'로 낙인이 찍힌 이상,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그 자리에 새살을 돋게 하는 것, 그렇게라도 투명성을 확보해야 도둑맞은 미래가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