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증도 없어 행정불신 자초

울산시 울주군이 서생면 신리마을 주민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수년째 진척이 없는 데다 사업비 조달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울주군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사전 검증도 없이 의욕만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울주군에 따르면 군은 2013년 8월 '신리마을 태양광 발전사업 실시협약'을 주민들과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마을에서 사업비를 대면 서생면 체육공원과 간절곶 스포츠파크, 진하공영주차장 등 3곳에 1.2㎿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사용기간 20년)을 건립해 향후 15년간 주민들에게 임대하는 것이었다.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을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 판 뒤 그 수익금을 신리 주민들의 자립 기금으로 사용하게 하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 따른 이주민 생계대책이었다.

총 37억 원에 달하는 발전시설 건설비용은 마을 측이 30억 원을 금융기관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7억 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업자지원금에서 충당할 계획이었다. 군은 이 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 결과 향후 15년간 전력판매 등에 따른 주민들의 소득창출은 순수익만 15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부지임대료와 향후 5년간 발전시설 운영을 통해 12억여 원의 추가 수익 창출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 사업은 수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자금 조달마저 제동이 걸려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전체 사업비 중 한수원 사업자지원금 7억 원이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사업자지원금 지역 심의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데다 최근 열린 한수원 본사 심의에서도 반영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심의에서 불허된 것은 태양광사업의 경우 신리마을에 국한돼 있어 사업자지원금으로 지원한다는 게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군이 처음부터 사업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추진하지 않고 이주민들의 불만 달래기에 급급해 장밋빛 전망만 제시한 뒤 서둘러 협약을 체결하는 안이한 행정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이 의욕적으로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사전에 충분한 검증도 없이 서두른 면이 있다"며 "무리수로 판명 날 경우 행정 불신 등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사업자지원금만 확보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수원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