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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2> 낙동강 하구 삵

몇 초간의 눈빛 대치…'갈대숲 호랑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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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있는 삵.
- 사납고 거칠고 몸길이 최대 85㎝
- 씨 마른 고양잇과 동물 명맥 유지
- 고양이와 달리 수영도 잘해
- 호시탐탐 갈대숲에서 철새 노려

잡아야 한다. 얼음도 헤쳐나가야 한다. '바스락' 하고 갈댓잎을 밟는 소리를 내면 사냥은 실패한다. 낙동강 하구 철새들의 안식처로 알려진 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호시탐탐 철새들을 노리는 삵의 사악한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새들의 모습은 평온 그 자체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갈대밭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지난 1월 부산 낙동강 하구 갈대숲이 드넓게 펼쳐진 곳에서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삵(일명 살쾡이) 추적을 시작했다.

삵이 풀 속에서 들쥐를 사냥하기 위해 용수철처럼 점프하고 있다.
호랑이 없는 남한에서 '백수의 왕' 노릇을 해온 고양이를 닮은 삵(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은 성질이 사납고 거칠며 표범처럼 나무를 잘 탄다. 수영도 잘하며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인적이 뜸한 곳에서는 낮에도 활동한다.

낙동강 하구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고 잠복취재를 시작했지만 내리 허탕을 쳤다. 야행성 동물로 홀몸 생활을 즐기는 삵을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았다. 취재팀은 다행히 자주 출몰하는 삵 길목을 뒤늦게 확인했다. 삵이 자주 나타나는 지점에 위장막을 설치하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그 또한 실패했다. 수차례 실패 끝에 취재팀은 갈대밭 습지에서 삵 한 마리를 발견했다. 촬영을 위해 갈대밭에 위장텐트를 설치해 두고 1개월 동안 위장텐트와 카메라 조형물에 대한 적응 기간을 거쳐 삵을 촬영해 보기로 했다.

기대한 대로 효과가 있었다. 무리를 지어 갈대숲을 분주히 오가는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사이로 먹잇감을 포착한 삵이 몸을 바닥에 바싹 밀착해 소리 없이 오리 무리에게로 다가섰다. 몇 차례 갈대숲 사이로 몸을 날리던 삵은 별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꽁꽁 언 얼음 위로 걸어가는 삵.
사냥에 실패한 삵은 근처 논두렁에서 일광욕을 즐기면서 뒷발을 쭈욱 뻗고 기지개를 켰다. 때로는 앉아서 양 앞발을 차례로 번갈아 뻗어 혓바닥으로 핥는다. 이어 앞발을 세면도구 삼아 침을 묻힌 다음 얼굴을 닦고, 혀를 이용해 이리저리 몸통의 털을 손질했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혓바닥을 청소하는 것 같았다. 털옷을 입고 있는 그의 몸은 빛깔 좋은 윤기가 잘잘 흐른다. 건강하다는 징표이다. 몸통의 털을 손질한 삵은 잠시 후 갈대숲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식육목의 고양잇과에 속하는 삵은 발톱 끝으로 소리 없이 걷고, 다리가 튼튼해 날렵하게 잘 달린다. 어두운 곳에서는 눈동자가 완전히 벌어져 조금만 빛이 있어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어 밤에 먹이를 잡는 데 아주 유리하다. 등은 누르스름하거나 검은 갈색이고 배 쪽은 흰색이며 몸과 꼬리에는 검은 반점이 있다. 몸길이는 수컷의 경우 60~85㎝, 꼬리는 25~32.5㎝에 이르러 '호랑이 발견 소동'의 주인공 역할도 해왔다. 한반도에 서식하던 4종의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이미 남한에서 씨가 말라 삵만이 고양잇과 동물의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

삵이 사냥에 실패하고는 농로에 앉아 혀로 털을 핥고 있다.
그날 밤, 탐사는 계속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삵의 은밀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 녀석은 갈대숲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농로 위로 얼굴을 드러내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듯 급히 어디로 가고 있었다. 눈빛이 아주 매서웠다. 이 녀석은 논바닥을 슬금슬금 발소리를 죽이며 가더니 논바닥에 바싹 배를 밀착해 숨기고 목표물을 조용히 기다렸다. 논 위엔 밤잠을 자기 위해 오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삵은 보통 쥐나 작은 포유동물을 먹지만 겨울에는 물가로 내려와 오리를 노리기도 한다.

아뿔싸! 예상치 않은 방해꾼이 등장했다. 낮은 자세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오리들을 응시하고 있는 가운데 너구리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삵이 그만 깜짝 놀라 몸을 피했다. 동시에 오리들도 깜짝 놀라 '후다닥' 날아올랐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이런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삵이 있는 지역에는 항상 너구리가 기다리고 있다. 삵은 새를 사냥하면 단단한 머리와 뼈 부분은 먹지 않고 그냥 버린다. 삵이 버린 새의 머리와 뼈는 너구리가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삵은 가만히 있으면 잔인한 사냥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박용수 생태전문가는 "포식자 삵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가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관할 지자체와 관련 학자들은 이곳 낙동강 하구 지역의 습지보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현재 낙동강 하구 일대에 삵 1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삵은 1950년까지는 우리나라의 산간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근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삵은 쥐약과 살충제 등으로 인해 죽은 동물과 새를 먹는 2차 피해를 당해 점차 멸종돼 가고 있다. 다행스럽게 최근 들어 낙동강 하구 등 일부 지역에서 다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010-8516-3298)를 기다린다.

취재 협조= 박용수 생태전문가·송재정 조류전문가·송현복 조류전문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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