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난해 9월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의 사무실. 전과 2범의 소년은 "공원에서 2주간 노숙을 했다. 갈 곳이 없다"고 울먹였다. 소년은 부모와 오래전 연락이 끊긴 상태. 천 판사는 사법형 그룹홈(공동생활가정)으로 불리는 청소년회복센터로 그 소년을 보냈다.
소년범은 죄질에 따라 보호자에게 넘기는 1호 처분부터 소년원에 송치하는 10호 처분을 받는다. 사법형 그룹홈은 부모의 보호능력이 떨어지는 1호 처분 소년범을 위한 교정시설이다. 한 곳에 7~14명이 생활한다. 2010년 11월 경남 창원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부산·경남 12곳을 비롯해 전국 14곳에서 운영 중이다. 소년원과 달리 '소년위탁보호위원'으로 불리는 민간인이 운영한다.
장면 2. 지정 스님은 경남 거창의 '연지 청소년회복센터' 운영자이다. 그는 3개월 전 천 판사에게 어려운 말을 꺼냈다. "멀쩡한 사람, 빚쟁이가 돼서 못살겠다. 이제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천 판사의 만류로 지정 스님은 간신히 마음을 돌렸다. 다른 사법형 그룹홈도 재정 안정성이 취약하다. 고정 수입은 법원이 소년범 1인당 월 30만~60만 원 지급하는 보조금(교육비)뿐이다. 아동·청소년 보호법에서 정한 보호시설로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반면 가출 청소년을 일시 보호하는 쉼터나 일반 그룹홈은 교육비·인건비·운영비를 모두 지원받는다. 지정 스님은 "사비를 털지 않으면 사법형 그룹홈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진국형 '교정 모델'로 화제를 모았던 사법형 그룹홈이 민간의 '열정 페이'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신문이 1~5일 부산·경남 12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연간 평균 수입은 6010만5148원에 불과했다. 수입 중 법원 보조금의 비중은 55.9%였다. 기부금은 물론 국선 보조인 수당(사법형 그룹홈 운영자가 소년범 사건처리를 위해 법원에 출두할 때 받는 대가)도 운영비로 쓰였다. 평균 인력 2.8명은 대부분 '무보수'였다.
전국 1호 사법형 그룹홈인 경남 창원시 '샬롬' 운영자 유수천(62) 씨는 "사법형 그룹홈 운영자는 대부분 종교인 부부이다. 경제적 이익은 없고 희생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신대 김세광(기독교교육학) 교수는 "교정시설을 민간의 희생과 헌신으로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 미국이나 일본처럼 사법형 그룹홈을 '아동복지법'이나 '청소년복지지원법'의 테두리 내로 편입해 공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소년범은 10만 명 내외다. 이 중 3만 명가량은 '보호자에게 위탁되는 1호처분'을 받는다. 부산은 소년 1000명당 소년범죄 발생건수가 2012년 현재 23.76건으로 전국 1위다. 부산·경남 사법형 그룹홈은 부산소년원(정원 190명)보다 많은 연간 240명 내외의 소년범을 보호하지만 공적 영역의 밖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