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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의 사법형 그룹홈 운영자들이 지난달 26일 창원지방법원 근처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경숙 유수천 지정 스님 박현숙 김영덕 손영길 센터장. |
- 사회문제 방관 아쉬워
- 하루 빨리 제도권 편입돼야
- 청소년 재비행 막을 수 있어
- 문제아 모이는 곳 오해에 불편
- 꾸지람 하면서 박수 쳐주는
- 끊임없는 사랑의 '밀당' 필요
국제신문 취재팀은 지난달 26일 경남의 사법형 그룹홈 운영자 6명을 창원지방법원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들은 "가정 해체는 청소년 비행의 중요한 원인이다. 재비행을 막으려면 공적인 영역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는 ▷새빛 손영길(69) ▷샬롬 유수천(62) ▷소망 박현숙(여·52) ▷엘림 김영덕(48) ▷연지 지정 스님(61) ▷자운영 조경숙(여·54) 센터장이다.
-어떻게 소년범들과 인연을 맺었나.
▶지정 스님=유기견을 20여 마리 키우고 있었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님이 "사람을 키워보라"고 하시더라. 아이들 10명 정도 맡는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컸다. 천 판사님이 세 번 전화를 해서 '정말로 맡아줄 수 없겠느냐'고 사정사정을 했다. 원래 경남 함양에 사찰이 있었다. 큰 도로에서 산길만 700m 올라가야 했다. 눈이 오면 50여 일간 길이 통제되는 지역이다. 3억 원을 털어 거창보호관찰소 근처에 건물을 지었다.
▶조경숙=진짜 멋도 모르고 했다(웃음). 노력한 만큼 아이들이 변할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사법형 그룹홈에서 매년 200명 넘는 아이들을 돌본다. 아쉬운 대목은 사회적 관심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희생에 맡겨두고 있다. 하루빨리 사법형 그룹홈이 제도권으로 편입돼야 한다.
-운영은 어떻게 하나.
▶유수천=법원의 교육비 지급시기가 일정치 않다. 1년에 두 번 정도 뭉텅뭉텅 나온다. 매월 안 나오니까 카드를 긁는다. 운영비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니까. '신용불량자 되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할 수 없이 우리 가족 생활비인 군인 연금에 손을 댄다.
▶조경숙=소년범 1인당 평균 법원 보조금은 월 40만 원이다. 그 돈이 대부분 식비·간식비로 들어간다. 배 곯은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악착같이 먹는다. 8명이 한 끼에 라면 23개를 먹더라. 사법형 그룹홈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화재보험이나 상해보험을 넣으려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예산부족 때문에…. 검정고시 준비하는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한다. 소년범 가족들은 경제적 도움을 거의 안 준다.
▶손영길=2013년 4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정부에서 주는 국가 유공자 지원금까지 운영비로 쓰고 있다. 24시간 쉬는 날이 없다. 자면서도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으로 아이들이 변해가는 걸 볼 때 행복하다.
▶지정 스님=카드 빚 갚고 나면 통장에 3000원 남을 때도 있다. 원래 신도가 4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아이들이 신도들 가방을 뒤지고 하니까. 고가의 점퍼를 가져가서 난처했던 적도 있다.
-후원은 정기적으로 이뤄지나.
▶조경숙=창원시청의 한 공무원 모임에서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들어온다. 변호사협회에서도 연간 100만 원씩 도움을 준다.
▶지정 스님=보조금 외에는 사찰 수입이 전부다. 따로 후원금은 없다.
▶손영길=교회에서 월 20만 원 정도 도와준다.
▶김영덕=정기 후원자들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왜 비행 청소년을 도와야 하나"라고 묻는 이들도 많다.
▶박현숙=교회에서 월 10만 원 정도 받는다. 일부에선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줄 오해하고 있더라.
▶유수천=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누군가 전화를 해서는 '돈이 되느냐'고 묻더라. "너무 힘드니까 쉽게 뛰어들지 말라"고 만류했다.
-비용 문제 말고 힘들었던 점은.
▶김영덕=한 아이가 입소 일주일 만에 도망갔다. 부산에서 보도방 뛴다고 하더라. 원조교제하러 가던 애들을 경찰하고 덮쳤다. 집에 오니까 눈물이 쏟아지더라.
▶박현숙=몸이 약해 링거를 달고 사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한테 "아빠한테 링거 비용이라도 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 아이의 부모가 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근에 한 아이가 공장에 가서 월급을 받아왔다. 갑자기 그 아이 부모가 아빠 노릇을 하려고 하더라. 내가 "고교 진학 비용으로 저축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학교 안 가도 된다. 새 엄마한테 100만 원을 보내라. 센터에서 나와라'고 했다고 한다. 오늘 그 아이가 내게 묻더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유수천=청소년회복센터라는 간판을 내걸기 어렵다. 문제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오해를 해서.
-사법형 그룹홈의 장점은.
▶조경숙=보통의 집에선 아버지가 야단치면, 엄마가 풀어준다. 사법형 그룹홈이 그렇다. 꾸지람도 하고 박수도 쳐준다. 따뜻한 부모의 역할, 엄하면서도 인자한 선생님의 역할이다. 이게 없으면 소년원과 다를 바 없다. 끊임없이 아이들과 사랑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해야 한다.
▶김영덕=대다수 소년범은 '커 가는 과정'을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를 통해서 부모상을 체험한다.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먹는다. 우리의 역할은 한마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