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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남해고속도로 북부산요금소에서 근무하는 김은경 씨가 설 연휴를 앞둔 16일 활짝 웃으며 고객을 맞고 있다. 그는 올 설 연휴 사흘간 내리 근무한 뒤 21일께 시댁에 갈 계획이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고속도로 요금소 근무 김은경씨
- 하루 3000번 인사하는 격무지만
- 원활한 귀경·귀성길 도우미 자부
- 응급실 간호사·6년 차 소방관
- "고향 못 가는 아쉬움보다
- 더 큰 책임감으로 버텨요"
"설 연휴에 고향을 찾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사명감과 책임감, 꿈을 바라보며 버팁니다."
18일부터 닷새간 긴 설 연휴가 시작된다. '민족 대이동'이라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아 떠나는 기쁜 날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귀향을 미루는 사람도 많다.
김은경(여·50) 씨는 한국도로공사 남해고속도로 북부산요금소에서 근무해온 지난 8년간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아간 기억이 거의 없다. 연휴 첫날 남편이 충북 단양에 있는 큰집으로 올라가면 김 씨가 뒤늦게 아이들을 데리고 단양으로 간다. 이번에도 18~20일까지 설 연휴 사흘간 내리 근무한다. 친정인 제주도에는 명절에 찾아갈 엄두도 못 낸다. 다른 직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차례 음식을 만드는 문제로 시댁 식구 등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김 씨는 "이제는 부산에서 차례 음식을 일부 만들어 먼저 올라가는 남편을 통해 큰집에 보낸다"며 "연휴 기간에는 하루에만 3000번가량 인사를 할 정도로 일이 많다. 우리가 없으면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는 황수연(여·47) 씨도 명절에 맞춰 큰집인 전남 구례로 가는 것은 꿈에 가깝다. 3교대로 운영되는 근무 시스템은 명절에도 똑같다. 오히려 설날 등 명절에는 다른 과의 외래진료가 없는 만큼 응급실은 사람이 더 붐빈다. 황 씨는 "하루 200여 명의 환자가 명절 연휴 기간 병원 응급실을 찾는 탓에 더 쉬기 힘들다"며 "25년의 간호사 생활 중 20여 년을 응급실에서 보냈다. 응급실을 맡고 있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북부소방서 류지은(34) 소방교도 마찬가지다.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지난 6년간 명절에 맞춰 고향인 경북 경산을 찾아본 적이 거의 없다. 소방서도 3조 2교대로 운영한다. 하루 두 조는 근무를 서고 나머지 한 조는 쉬는 형태다. 류 씨는 설 연휴가 끼인 이번 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조에 편성됐다. 류 씨는 "처음에는 가족들도 굉장히 섭섭해 했지만 이제는 내 직업을 이해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설 연휴는 사치다. 상반기 공채를 앞둔 청년들은 이번 명절에 고향 대신 도서관을 찾거나, 비슷한 처지인 스터디원들과 함께 보낼 계획을 세웠다.
오는 4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김모(26·부산대 4) 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김 씨는 "연휴에도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할 것"이라며 "나중에 좋은 결과를 갖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