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인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들이 5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신규 시간제 학교상담사들의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28일 자로 계약해지 상담사 53명
- 무기계약직 전환 요구 농성 돌입

- 업무 비정규직·기간제 교사 등
- 위태로운 일자리 7500여 명 달해

- 오락가락 정부 정책이 대량 양산
- 고용불안 해소 대안은 재원 확보
- 국가차원 종합적 대책 마련 시급

오는 28일 계약이 만료되는 학교 신규 시간제 전문상담사 53명이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하며(본지 지난 1월 16일 자 8면 보도) 지난 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습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까지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학비노조)은 74일간 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였다. 이처럼 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학교 비정규직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34만 명이나 되는 '학교 장그래'들의 고용 문제가 학교의 불안정 요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정부 정책 편의에 의해 남발된 학교 비정규직이 고용 승계, 처우 개선 등을 무기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에서도 예산 한계 때문에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고민이다.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학교 비정규직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사 해고 논란

학교 신규 시간제 전문상담사 53명과 학부모 단체인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5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교육청이 발표한 '2014학년도 전문상담사 채용 운영 기본계획'에는 계약 종료시점에서 평가절차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돼 있으나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신규 시간제 전문상담사 전원에 계약종료를 통보했다"며 반발했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한경숙 대표는 "전체 학교의 3분의 1가량에 배치된 전문상담사는 일반 교사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담당해 왔고 학생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존재였다"며 "교육청이 53명이나 되는 전문상담사를 무더기로 해고하기로 예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신규 시간제 전문상담사는 단시간 근로자로 애초 교육청이 계획 중이던 1년 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가 아니었다"며 "오는 28일까지 근무한다는 계약에 따라 계약종료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반박했다.

■비대해진 학교 비정규직

육성회 직원 정도 수준이었던 학교 비정규직은 1996년 학교 급식이 본격화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1997년 IMF(국제구제금융)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은 더욱 늘어났다. 정부 교육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직종이 다양해지고 그 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경제위기 때에도 정부가 공공 분야에서 고용을 확대하면서 다시 한 번 학교 비정규직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 기준 부산지역 학교 비정규직은 총 1만650명이다. 직종도 62개나 된다. 조리사(2824명) 영양사(330명) 교무실무원(1043명) 방과후학교전담인력(436명) 돌봄교실전담(488명) 교육복지사(156명) 스포츠강사(978명) 등이 대표적 직종이다. 하지만 이들 1만650명 중 5904명이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은 4746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조리사 교육실무원 등 학교회계 직종이 2614명,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교원대체 직종이 2132명이다.

여기에 기간제 교사(2762명)까지 포함한다면 학교 고용 불안자는 7500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학교의 잠재적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2010년을 시작으로 학비노조가 전국적으로 생기면서 총파업 등 단결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학기 중 학비노조 파업은 파행적 학교 운영을 야기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학교 비정규직 노조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되면서 학생은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체하기도 했다.

기간제 교사 대거 해고도 정상적 학사 운영에 지장을 준다. 지난해 12월 말 부산 A고는 전체 교원의 절반에 가까운 31명의 기간제 교사를 모두 계약종료하고 공채시험을 통해 이들 중 10명만 재채용하면서 말썽을 빚었다. 비정규직 고용 문제의 피해를 학생이 고스란히 받는 셈이다.

■근본 해법은 없나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 불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결국 재원이다. 한정적 예산으로 고용 승계, 처우 개선 등 비정규직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가 포함된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보통교부금)은 전국적으로 모두 줄었다. 특히 부산은 전년에 비해 1800억 원(7.4%)이나 삭감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지역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급식 상담 돌봄 등 교육현장에서 복지가 강화되면서 학교 비정규직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가장 편한 방법으로 쓰려다 보니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되고 이들의 고용 불안은 학교 안정을 위협하게 됐다"며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 인력정책 전반에 대한 체계적 계획을 짜고 합당한 예산을 지방에 내려보내야 이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