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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민과 이주민이 마을상수도 이용 등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천마을 전경. |
- 이주민, 소송·경찰수사 의뢰
- 원주민, 마을 전통 관습 항변
- 대표적 귀농지 사태 해결 관심
계단식 천수답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경남 남해군 가천마을이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원인은 마을상수도 사용부터 공유재산 수익 분배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가 제대로 해결을 못해 문제가 소송이나 경찰수사 의뢰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뒤 이주민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도시인의 대표적인 거주 선망지역으로 꼽혔던 가천마을의 주민 갈등 해결 여부는 다른 시골 마을의 귀농·귀촌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4일 가천마을에서 만난 이주민 A 씨는 지난해 10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자신이 가천마을 주민임을 확인하고, 수돗물 공급과 함께 마을 운영에 관한 회계장부 등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996년 가천마을에 터전을 잡은 뒤 2008년 주소지를 옮겨 살고 있는데도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저수지까지 호스를 연결했으나 누군가 호스를 절단한 뒤 따로 물탱크를 설치해 빗물을 받아 쓰고 있으며, 식수는 마트에서 사 먹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호스 절단범을 붙잡아 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놓고 있다. 그는 공동어장(25.5㏊) 등 마을 공유재산을 활용해 벌어들인 수익을 원주민들만 가구당 수백만 원씩 나눠가진 정황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5년 전부터 가천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마을상수도 사용을 허용하지 않아 성수기인 한여름에는 물이 모자라 손님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원주민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데도 방역이나 퇴비 신청, 예방접종 등 주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행정 서비스조차 원주민들이 알려주지 않아 못 누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이주민은 물론 새터민에 대한 정착 지원도 하는 다른 지자체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가천마을 이주를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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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이주민이 빗물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물탱크. 이완용 기자 |
이주민에 대해 원주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한 원주민은 "마을상수도는 처음부터 먹도록 허용하고 있었는데 관리 부주의로 호스가 절단된 것을 원주민의 소행으로 덮어씌우고 있다. 마을 공유재산 관리는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원주민은 "마을의 대소사는 수십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주민자율조직인 동회나 총회에서 결정하는데 전입왔다고 해서 바로 회원으로 받아들여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천마을에는 현재 59가구(120여 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외지인이 거의 없었으나 도시인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이주민이 전체 가구의 약 40%인 39가구(50여 명)로 늘어났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명승지 가천마을의 최대 근심거리로 불거졌다. 손명주 가천마을 이장은 "이주민 증가와 함께 주민들 간의 이견이 많아져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며 "의견 수렴과 이견 조정에 더 많은 신경을 써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석 남해군 부군수는 "마을상수도는 전기요금 분담 문제만 조율되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고, 어업권 임대 문제는 지난해 말 민원이 제기되면서 알았다"면서 "조만간 관련자들을 상대로 정밀하게 조사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