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브룸 가스경보기 없고 안전장비 착용 안해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질소가스 누출 사망사고(본지 29일 자 3면 등 보도)는 공사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사 현대건설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초래한 인재임을 입증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9일 울주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당초 한수원은 사고발생시간을 지난 26일 오후 4시30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원전 보조건물 밸브룸 인근의 CC(폐쇄회로)TV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 협력업체인 대길건설 안전관리 직원 2명이 밸브룸에 들어간 시간은 각각 오전 9시51분과 10시17분이었다. 이들을 찾아 나섰다가 숨진 KTS쏠루션 직원은 오후 4시56분에 밸브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3명 모두 나오는 모습은 없었다.
따라서 밸브룸에 먼저 들어간 직원 2명의 실제 사망시간은 적어도 한수원이 밝힌 사고발생시간보다 5시간 이상 빠를 것으로 추산된다. 5시간 이상 안전관리 직원들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한수원과 현대건설은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 등은 이 같은 늑장대응을 숨기기 위해 한수원이 사고발생시간을 늦춰 발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 등은 안전순찰 시 밀폐공간의 산소 농도를 체크하는 기기나 산소호흡기 같은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드나들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또 사고 현장은 가스 밸브가 모여있는 곳이어서 언제든 가스 누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가스경보기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시행·시공사가 안전관리규칙을 지켰는지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사고발생시간을 고의로 늦춘 것은 아니며, 사고 접수 후 곧바로 직원들이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구조에 나섰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