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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사랑과 정성을 가진 지도자가 사회 각 분야에 자리 잡아 갈등구조를 상생구조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 정의·리더십, 왜 실종됐나
- 인성보다 물질 우선 가치전도
- 사람존중 전통 소멸 한계 봉착
- 중산층·중도가 사회 이끌어야
- 양극화 충돌 피할 수 있을 것
- 중용·상생 도모로 해법 찾자
# 부산, 다시 일어서려면
- 의료·교육·문화 경쟁력 상실
- 시민에게 평생 가슴 아픈 일
- 산·바다·강·온천 천혜의 환경
- 제대로 활용해 발전 이뤄내야
- 한뿌리 부울경 통합 고려할 때
40년간 법조생활과 이순신 연구에 매진한 김종대(66) 전 헌법재판관은 '이순신 전도사'라는 별명답게 이순신을 중심으로 모든 사안을 풀어나갔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강한 질타와 함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한 지금 필요한 덕목은 상생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이순신 장군의 풍모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바라봐야 할 대상은 이순신을 가리키는 내 손가락이 아니라 이순신 한 사람입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순신을 추앙한 지 40년. 어느새 그도 한 시대의 리더로 거듭나고 있는 듯하다.
-영화 '명량'의 흥행으로 감독과 배우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셨죠. 어떻게 지내셨나요.
▶제가 2004년에 펴낸 책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두 척이 있습니다'를 모티브로 김한민 감독이 제작한 영화 '명량'이 1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면서 한동안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이순신 아카데미(서울, 부산) 운영을 위해 서울을 오가고 있고요, 이순신 학교(서울 아산 여수 통영) 설립을 위한 준비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 시대를 정의와 리더십이 실종된 시대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 그런 측면이 다분합니다. 세월호 사고를 단순 해상사고라고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승객의 안전을 도외시했고, 선장과 선원은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국가는 이런 기업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기고서도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않았죠. 심지어 배가 반쯤 넘어간다는 보고를 받고 한 사람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나라가 나라인가'라는 말도 나오는 거죠.
-정의와 리더십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요.
▶물질적인 가치를 인성적인 가치 앞에 두는 '가치전도' 때문입니다.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돼 살다가 소중한 학생들을 잃었는데도, 또다시 물질적인 가치가 기승을 부리는 거죠. 무한한 욕망이 유한한 물질을 향해 돌진하면 갈등과 양극화를 겪게 됩니다. 양극화가 두려운 이유는 언젠가 싸우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던 전통이 사라지고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되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지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용의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이, 사상적으로는 중도가 사회를 이끌어야 양극화의 충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상생을 도모해야 합니다. 차선으로는 강자가 먼저 반 보라도 양보하고, 약자는 이에 따르는 것입니다. 강자가 양보 없이 '나를 따르라'고만 한다면 강자의 잘못이며, 강자가 양보했는데도 약자가 꼼짝도 안 하면 약자의 잘못으로 봐야 합니다.
-유족이 빠진 상태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됐습니다. 해법은 뭘까요.
▶현재로선 특검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정부도 유족이 원하는 쪽으로 특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유족들도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자기주장만 하면 해결은 요원합니다.
-리더십의 실종에 관한 다른 예가 있을까요.
▶최근의 향판제 폐지를 들 수 있겠죠. 왜 작은 흠 때문에 큰 것을 놓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같이 있으면 친해져서 유착된다는 논리인데요, 이는 법관이 수양을 통해 해결할 일이라고 봅니다. 10년 전 향판이 없었을 때는 지역에 도움이 됐을까요. 1, 2년만 있으면 떠날 사람이 지역에 애정을 쏟았을까요. 눈앞에 보이는 사심만으로 판단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크게 봐야죠.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해 보입니다.
▶사랑과 정성을 가진 지도자가 사회 각 분야에 자리 잡아 갈등구조를 상생구조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랑을 위해 국민의 삶에 관심을 두고 함께 걱정하고, 헌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성을 위해서는 일이 있기 전 철저히 준비하고, 일이 일어났을 땐 목숨 걸고 매진해야 하며, 일이 끝났을 때는 결과에 담담해야 합니다. 이순신은 첫 전투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신이 헤아릴 바 아닙니다'라는 글을 임금에게 올립니다. 자신은 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전쟁의 승리나 공은 알 바 아니라는 것이지요.
-부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신다면.
▶부산은 지방입니다. 지방이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있고, 변방이라는 설움도 있습니다. 부산에 살면서 아쉬운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서울의 대형병원만 한 의료기관이 없는 것이고, 둘째는 수도권 대학에 비견할 경쟁력 있는 대학이 없다는 것, 셋째는 수준 있는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한 수술이 필요하거나, 우수한 대학에 가려거나, 수준 있는 문화공연을 보려면 서울로 가야 하죠. 이게 부산사람들이 평생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심정 아닐까요. 열등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의 슬픈 자화상이죠.
-열등한 면만 있는 걸까요.
▶해양도시인 부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습니다. 산 바다 강과 함께 온천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도시는 부산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모든 역량이 서울에 집중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서울에 재해가 생기면 곧바로 국가적 재앙이 됩니다. 이런 차원에서 인천공항을 대체하는 공항으로서의 부산 신공항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라는 말도 나옵니다.
▶저는 부산 울산 경남이 합쳐지기를 수년 전부터 바랐습니다. 거대한 수도권에 대항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도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개별 도시로는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기 힘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시도별로 위원회를 만들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통합했을 때의 장단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천 년을 한 뿌리로 살았는데 행정구역이 나뉘었다고 남처럼 대해서야 되겠습니까. 사심을 버려야죠.
-사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 이익을 앞세웁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지도자는 수양을 통해 내 이익 앞에 공공의 이익을 놓아야 합니다. 가정의 지도자는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 앞에 놓아야 하고, 직장의 지도자는 직장의 이익을 개인적 이익 앞에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산의 지도자는 시민의 행복을 내 가치 앞에 항상 놓을 수 있어야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헌법재판소에서 나와 높은 연봉의 로펌을 마다하고 부산의 법무법인인 '국제'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은 부울경에도 서울의 대형로펌에 준하는 로펌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의 로펌은 전문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산시민이 10배의 돈을 주고 서울의 로펌을 찾는 것이겠죠. 부산의 로펌도 이제는 전문화를 해야 합니다. 최소한 부산 사건을 서울에 뺏기지는 말아야겠지요.
# '이순신 전도사'로 39년 헌신, 향판 출신 최초 헌법재판관
■ 김 전 재판관은
1948년 경남 창녕 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대구고법과 부산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부산지법 울산지원장,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 부산지법 동부지원장,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치는 등 대표적 향판으로 불린다.
2006년 향판 중에서는 처음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그는 헌법재판관 재직 때 지역 출신 판사답게 감사원의 지방자치 사무감사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등 지역을 대변하는 소수 의견을 많이 냈고, 서울시 행정사무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감사는 위법하다는 결정(6대 3)을 끌어내기도 했다.
김 전 재판관은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으로 재직할 때인 2002년 10월 '이순신 평전'을 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이순신 관련 책 4권을 펴낸 이순신 전문가이다. 현재는 법무법인 국제와 삼일회계법인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이순신 정신을 널리 펼치기 위해 이순신 아카데미를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서울 아산 여수 통영에 이순신 학교를 세워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평생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