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세수 연 276억 늘듯
- 담뱃값 인상땐 13억 감소
- 조세 형평성·세율 현실화
- 市 "원전세 인상률 상향을"

안전행정부가 12일 발표한 지방세 개편 방향은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대폭 인상하고 각종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점차 폐지해 복지비 부담에 허덕이는 자치단체의 재정을 확충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서민과 직결된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많이 올리고, 업체와 관련 있는 지역자원시설세(원전세 등)는 소폭 올려 '서민 증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지역 재정 악화일로

1990년대 이후 확대된 복지 수요로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2008년부터 도입된 기초연금, 양육수당(2009년), 장애인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2010년), 영유아보육료(2011년) 등 굵직굵직한 복지제도로 말미암아 자치단체가 추가로 부담하는 복지비가 올해 기준으로 6조3900억 원에 이른다.

반대로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상당수 지방세가 지난 10∼20년간 조정되지 않아 자치단체는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정부가 주택거래 취득세율 영구 인하 조치로 연간 2조4000억 원에 이르는 세수가 감소하면서 지자체의 재정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는 늘어난 복지비 부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일 전국의 시·군·구청장들이 정부가 복지비를 추가 지원하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지급중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수 부족으로 지자체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정부는 결국, 지방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러나 지방세 대거 인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불가' 약속에 배치되는 데다 인상 폭이 워낙 커 확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소득과 무관하게 세대주에게 같은 액수로 일괄 부과되는 주민세의 인상은 저소득층이나 서민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정 당국인 기재부 관계자가 현 상황이 사실상 증세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지방세를 소폭 인상하고, 일부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이훈전 사무처장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해결하려고 서민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지방세의 세액을 높여서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세제 개편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부자와 기업의 조세 저항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 원전세는 '쥐꼬리' 인상

부산시가 정부의 이번 지방세제 개편안을 분석한 결과, 연간 276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세 62억 원 ▷자동차세 70억 원 ▷원전세 91억 원 ▷재산세 66억 원의 증대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흡연율이 34% 하락(정부 추정)하면 13억 원의 지방세가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세와 자동차세는 서민과 직결되지만, 원전세와 재산세는 특정 기업·부유층과 연결된다. 따라서 원전세와 재산세의 증대 효과가 커야 하는데도 정부안은 이와 다르다. 특히 원전세는 0.5원/kwh에서 0.75원/kwh으로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주민세와 자동차세가 배가량 증가하는 것과 대비된다.

시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그동안 서민 세 부담 완화를 위해 미뤄 온 정액분 지방세를 현실화하고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형평성과 세율의 현실화 문제 등을 고려해 원전세를 2원/kwh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전 관련 비상계획구역이 반경 10㎞에서 30㎞로 확대되면 관련 비용이 최소 3배 이상 증가하는데도 원전세는 50% 인상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담뱃값을 올려도 지역은 오히려 세수가 감소하고, 원전세 인상률이 다른 세목 인상보다 낮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