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학생·주민 반발 커 진통 예상

홍준표 경남지사가 2기 도정 시작과 함께 도립대학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도는 경쟁력 강화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도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해당지역 주민과 학생 등의 반발이 만만찮아 큰 진통이 예상된다.

도는 31일 도립 남해대학과 거창대학을 통폐합하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가칭 '경남도립대학'을 만들어 1대학 2캠퍼스(거창·남해 캠퍼스)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각 캠퍼스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총장 1명이 두 곳에서 순환 근무를 하게 된다.

세부적으로는 두 대학의 21개 학과가 17개로 줄어든다. 또 입학 정원은 현재의 940명(거창 500명, 남해 440명)에서 2020년까지 752명으로 188명(20%), 정규 교수진은 53명(거창 29명, 남해 24명)에서 48명으로 감축된다. 도는 내년 말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한 뒤 2016년부터 통합 대학에서 신입생을 받기로 했다. 두 곳은 전문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1996년 설립된 2년제 대학이다.

도는 대학통합이 이뤄지면 연간 7억 원의 도비 절감은 물론 통합에 따른 교육부의 지원금 수령 등 재정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역별 특화 학과 육성에 따른 부대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도의 이런 방침에 대해 거창 등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행정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도립대학 설립 취지가 취약지 발전을 위한 것인데 구조혁신을 명분으로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지역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재학생도 갑작스러운 통폐합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현수(여·53·거창읍) 씨는 "거창대는 학생 교육뿐 아니라 야간과정이나 평생교육원을 개강해 주민들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대학의 통폐합을 경제적 논리로만 따져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남해대학의 한 재학생은 "우리 학교의 제빵제과, 호텔경영과 등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학과로 자리매김을 했다. 농촌지역에 있으면서도 특성화된 대학을 무조건 통폐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도 관계자는 "국공립 대합 통·폐합은 정부 방침인 데다 학령인구 감소 등 미래추세를 감안하면 도립대학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구성원들과 협의해 마찰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