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출동 지연·우편물 분실 등
- 불편해도 귀찮아서 미루기 일쑤
- 우편번호부도 여전히 지번 사용

도로명 주소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곳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구 등 6개 구를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상세주소 부여 신청'을 받은 결과 267개 동 중 59개 동만 참여해 신청률이 22%에 머물렀다. 상세주소는 다가구 주택이나 공장, 병원 같은 집합 건물 등에 부여하는 동, 층, 호수 같은 건물 번호 이하의 주소다.

이에 따라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있거나, 여러 건물이 모인 단일 시설에도 하나의 주소만 부여된 탓에 구체적인 위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긴급 출동이 지연되거나 우편물이 분실되는 등 혼선이 생기고 있다. 한 구급대원은 "넓은 땅에 여러 건물이 있는 공장 같은 경우 지번 주소로는 구분되지만, 도로명 주소로는 구분할 수 없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세주소 도입이 시급하지만, 건물주의 신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민등록상 변경이 생기는 탓에 강제로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청률은 저조하다. 시 관계자는 "귀찮아서 미루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상세주소를 부여하면 임대소득을 올리는 현황이 명백히 드러나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는 상세주소 신청률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청별로 자체 예산을 들여 다가구 주택에 호수를 표시하는 라벨을 붙여주면서 상세주소 신청을 유도하고, 건물 신축 허가 때 상세주소 부여 신청을 함께 받기도 한다. 이달 중 시 전체 상세주소 부여 대상 건축물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 신청을 독려할 예정이다.

우체국에 비치한 우편번호부도 불만의 대상이다. 우편번호부는 여전히 지번식 주소체계로 돼 있는 탓에 도로명 주소만 아는 경우 인터넷에서 별도로 변환을 거쳐야만 한다. 새 우편번호부 제작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우편번호부는 200쪽이면 제작할 수 있었지만, 도로명 주소를 적용하면 3000쪽이 넘는다.

게다가 건물 신축, 철거 등으로 전국에서 하루 평균 750건의 주소 변동이 있어 만들어봤자 효용이 없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총괄국마다 검색용 PC를 두고, 콜센터에서 안내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누구나 쉽게 쓰는 터치식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