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내 유착 어제오늘 일 아냐"
- "개인에겐 '득'이지만 사회엔 '실'"
- "향판제 없애면 수도권 쏠림 우려"
- "법관 스스로 변화 계기 삼아야"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킨 장병우(60·연수원 14기) 광주지법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데 대해 부산 법조계도 술렁이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시선이 지역법관(향판)제에 쏠릴 수밖에 없는 만큼 향판제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법원장은 취임 44일 만에, 대주그룹 계열사와의 아파트 거래 부적절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인천지법원장이 골프 접대로 사퇴(2004년 4월)한 지 10년 만의 현직 지법원장 불명예 퇴진이다.
장 법원장은 "최근 저를 둘러싼 보도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일당 5억 원 노역 판결'은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 두드러졌고,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85년부터 29년간 광주고법 관할지에서만 근무한 향판이다.
그는 2010년 1월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벌금 254억 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일당 5억 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한 이른바 '황제 노역'을 선고해 향판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부산 지역 법조계의 향판제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향판제를 폐지하는 것까지 고려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이다. 부산의 한 중견 변호사는 "지역 인사들과 법조계와의 유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관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적으로는 '득(得)'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실(失)'이다"며 향판제 폐지를 주장했다.
향판제를 없애면 법조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는 만큼 향판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향판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이 임기 10년 중 2년 정도 타 지역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향판제를 없애면 법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재발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50%에 육박하던 향판 지원자가 최근 젊은 법관을 중심으로 20, 30%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부산지법 모 부장판사는 "무작정 향판제 폐지를 내세울 게 아니라 균형 잡힌 판결이 이뤄지도록 법관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로 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