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고리원전의 안전을 유독 강조하며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원전 문제는 자칫 잘못 접근하면 반핵주장으로 비춰져 표심을 얻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예민한 문제여서 그동안의 선거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원론적인 입장에서 원전의 안전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권 전 대사는 타 후보들과는 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의 원전은 안전하게 이용하되, 궁극적으로 무(無) 원전주의를 추구한다.

그가 고리원전 안전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주일 대사때 대재앙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권 전 대사는 7일 오전 고리원전을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현장에서 목격한 것이 부산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하나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3월 11일, 주일대사로 있을때 인류 역사상 4번째로 큰 대지진을 만났다"며 "한 순간에 3만명이 죽고 원전이 폭발하는 사태를 보며 만일 내 고향 부산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보다 더 무방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재앙이 일어날수 있다"며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할까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고, 이것이 부산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사실 권 전 대사는 지인을 만날때나 모임이 있을때 고리원전 문제를 가장 먼저 꺼낸다.

원전안전에 대해 그의 주장에는 절실함이 녹아있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그는 원전문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7∼8월 유럽을 찾아 원전과 재생에너지 사업 현장을 견학했다고 한다.

그는 "유럽의 지성들은 2003년을 시발점으로 오는 2050년을 목표로 원자력의 위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원전을 더 늘리겠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도 원전 의존율을 낮추고 부산 앞바다에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나 낙동강 물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 시급하다고 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 방안을 구상 중이다.

권 전 대사는 장기적인 계획에 앞서 고리원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보고 가칭 '고리원전 시민감시단'을 구성,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원전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전에 대한 그의 생각과 구상이 부산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