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학생 모임 회원들이 27일 오후 경성대 앞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대자보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정치·지역 현안 관심 촉구

"부산 시민도 안녕들 하십니까?"

최근 부산 대학가로 확산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의 뜻을 잇는 성토대회가 도심에서 열렸다.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 학생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의 동참을 끌어내자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다.

27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인도. 갑작스러운 한파에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며 옷깃을 여몄다. 이날 자리는 부산 대학생 모임인 '부산 안녕들 하십니까'가 마련한 자유발언의 장. 행사 전 참가자 모집이 없었는데도 1시간 반가량 진행된 행사에는 대학생 중·고교생, 직장인 등 시민 30여 명이 몰려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처음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여 화제가 된 주현우(27·고려대 경영학과) 씨가 참석해 힘을 보탰다. 주 씨는 "주인공은 각자의 입장에서 할 말이 있는 여러분"이라며 "각 지역의 자발적인 운동에 힘을 실으려고 부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과 창원에서 동시에 진행된 성토대회에 주 씨와 그의 동료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전국 나들이'의 하나로 참석했다.

이어 시민들은 철도노조 파업과 밀양 송전탑 공사 등 이슈에 대해 자유발언에 나섰다.

부경대 정수지(여·25·이미지시스템공학과) 씨는 "철도 민영화와 밀양 송전탑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정신 이상자로 취급했다"며 "이 같은 정치적 무관심의 강요로부터 침묵을 깨야 안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모임 소속 한 시민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성매매 노동자의 어려움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자 이들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냉담한 반응을 봤다"며 "사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대회장 한쪽에는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을 후원하기 위한 모금 부스가 마련되기도 했다.

'부산 안녕들 하십니까' 소속 우새하(여·22·동서대 영화과) 씨는 "정부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번을 계기로 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