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의 한 주택에서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일가족(본지 18일 자 8면 보도) 가운데 극적으로 살아난 A(여·45) 씨는 딸(14)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슬픔에 잠겼다. 함께 자살을 하려 했던 A 씨의 동거남 B(40) 씨도 혼수상태에서 집을 빠져나와 병원에 가 목숨을 건졌지만, 살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A 씨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18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A 씨와 B 씨는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생활고 등을 이유로 괴로움을 토로했다. B 씨가 착화탄을 사와 불을 붙였고 A 씨 모녀와 B 씨는 각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B 씨는 이틀 만인 지난 17일 오전 7시께 잠에서 깨어났다. 그즈음 A 씨도 일어났지만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상태여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신이 몽롱했고 머리가 어지러워 일단 방을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또 B 씨는 "A 씨 모녀도 살아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집을 빠져나온 B 씨는 곧장 택시를 타고 해운대구에 있는 부모 집으로 갔다. B 씨는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해운대구의 한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 관계자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내부 장기 파손이 심한 상태이므로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경찰에 밝혔다. A 씨도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씨의 상태가 호전되면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법률을 검토하는 등 신병처리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숨진 딸의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고 외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