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佛·獨·필리핀 등 문화원 5곳
- 美·日·中 등 영사관 4곳 운영
- 외교업무부터 문화교류까지
- 獨, 어학강좌·영화상영 등 다양
- 佛, 매년 예술문화축제 개최
- 필리핀, 유학·사업 정보 제공
- 인도, 미술품 전시 등 의욕적 활동
- 친숙한 나라에는 관심 높지만
- 그 밖의 나라에는 소극적인 편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부산프랑스문화원(알리앙스 프랑세즈 부산)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면, 어느 정류소에 내려야 할까. 고민할 필요 없다. 버스 안에 "이번 정류소는 '프랑스문화원'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때문이다. 심드렁하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외국 문화원의 이름이 버스정류소 이름으로 쓰인다는 건 이들의 존재가 부산의 품에 생각보다 깊이 들어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적이 있었어요. 부산의 한 사업가가 필리핀에 멸치가공 공장을 차리려고 시장조사를 하려 했죠. 근데 막상 착수하려니 앞이 캄캄했죠. 필리핀이 섬이 7000개인 나라여서 자동차로 해안가를 한 바퀴 둘러보는 식으로는 제대로 조사할 수 없거든요. 돈과 시간도 엄청나게 들죠." 동구 초량동 국제오피스텔 4층에 자리한 필리핀문화원의 조남영 원장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우리 문화원에 자주 나오는 필리핀 출신 주부 몇 사람을 불러서 '각자의 고향 마을에 연락해서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순식간에 해결됐죠. 그 사업가가 깜짝 놀라더군요."
■문화원 5곳, 영사관 4곳
부산시청 국제협력과에 문의하자 "부산에는 외국문화원이 부산프랑스문화원 부산독일문화원 필리핀문화원 부산인도문화원이 있고 북구 금곡동의 부산인도네시아센터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주부산러시아총영사관·일본국총영사관·중국총영사관·미국영사관 등 영사관 4곳도 비자 발급과 외교업무뿐 아니라 자국과 부산의 문화교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을 상징하는 표현은 거의 '경계'와 연관돼 있다. 부산은 국경의 도시이고, 한국이 세계로 나가는 동시에 세계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며, 한국에서 가장 큰 국제 항구도시다. 그리고 7번 국도의 시점이고 2번 국도의 종점이며 제주도를 오가는 배가 뜨는 곳이다.
관문의 도시는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교류는 부산의 숙명. 열린 마음으로 부지런히 다른 곳과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부산 발전 전략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외국 문화원에 좀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두고 이용한다면 부산의 무늬는 한결 더 생동감이 돌고 다양해질 것이다.
■어학강좌와 교류활동에 주력
부산 중구 대창동의 큰 길가에 독일빌딩이 있다. 부산독일문화원은 이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문화원에서 실무행정을 맡은 박정수 씨는 "독일문화와 독일어를 널리 알리고 교류한다는 차원에서 어학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독일 원어민이 완전히 독일 방식으로 강의해 수준이 높고 문화원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고 말했다.
독일어 강좌 말고도 독일영화 상영, 독일 관련 문화예술행사 후원, 독일 관련 정보 제공 등 부산과 독일의 가교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박 씨는 "그런데 영화 상영을 비롯해 독일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도 사실 부산 시민의 참여와 관심에는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고민은 부산의 외국 문화원들이 비슷하게 안고 있다. 문화 융성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들라면, 자유로움과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결코 뺄 수 없다. 이 조건에 비춰보면, 부산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친숙한 나라에는 관심이 높지만 그 밖의 나라와 문화에는 소극적인 편이라는 점을 외국 문화원을 돌아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행여 이런 경향이 문화적 편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문화 다양성에 힘 실어주는 '친구들'
부산프랑스문화원은 '저러니 프랑스를 문화의 나라라고 하는구나'라고 싶게 문화 교류와 프랑스어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9일 이 문화원 알렉상드르 라브뤼프 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근데 기자가 원장에게 질문한 시간보다 원장이 기자에게 질문한 시간이 훨씬 길었다. "어떻게 하면 알리앙스 프랑세즈 부산의 예술문화 활동을 부산 언론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겠느냐" "내년에 이런저런 문화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혹시 취재와 줄 수 있느냐" "부산의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이 문화원은 프랑스 정부에서 큰 지원을 받지 않고도 자체 노력으로 해마다 프랑스 예술문화축제인 '랑데부 드 부산'을 거뜬히 개최하는 등 활동과 노력이 왕성하다. 다른 외국문화원이 참고할 만한 장점이 많아 보였다.
필리핀문화원도 영어와 타갈로그어 강좌를 열고 있으며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나 유학,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만 1년에 3만5000명 이상이다. 조남영 원장은 "부산 울산 경남에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만 1만2000여 명 있고 부산에만 2000~3000명의 필리핀 여성이 시집을 와서 살고 있다. 이들에게 교류의 기회와 정보를 주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규모가 작고 수익구조가 없어 애로가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필리핀에 닥친 태풍 하이옌으로 이재민이 많아 이들을 위해 부산시민에게서 옷을 기증받아 100상자가량 보낼 예정인데 운송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부산인도문화원 활약에 기대감
지난 6일 부산인도문화원이 금정구 두구동의 3층 건물에 들어서면서 부산의 외국 문화원의 대열은 한결 풍성하고 다채로워졌다. 부산인도문화원은 새로 출발한 기관답게 활동에 대한 의욕과 준비가 굉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문화원 정덕민 기획실장은 "그간 부산에서 좀체 볼 수 없었던 인도미술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며 "인도의 중요한 국경일인 내년 1월 23일 공화국의 날(Repulic Day)을 기점으로 인도의 경제 교육 문화 예술 등 폭넓은 영역의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면 '부산 안의 인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외국 문화원의 활약에 부산의 무늬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관련기사

[이슈] 배재고 지역 비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