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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지역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의 친목과 단합을 위해 매년 5월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내·외국인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제공 |
- 종합운동장 내 위치
- 외국인노동자·이주여성
- 16년째 지원 활동
- 단순한 봉사단체 넘어
- 한글교실·의료실 운영
- 체육대회 등 문화행사도
- 첫 글로벌 음악회 열려
- 외국인·지역민 참석
- 국경 넘어 공감대 형성
- 한글강좌 수강생 북적
- 체계적 교육으로 인기
- 연말엔 한글말하기대회
경남 양산지역에서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양산시 북부동 종합운동장 한쪽에 자리 잡은 이곳은 관내 500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의 안식처를 자처하며 16년째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와 이주여성에게 모국인의 안부를 묻는 만남의 장소이자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 때로는 치료를 받는 병원, 취업과 고민상담을 하는 민원창구, 지친 심신을 달래는 놀이터다.
■경남지역 외국인노동자의 집,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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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이 진행하는 '한글교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은 지난 1997년 2월 문을 열었다. 요즘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많지 않던 시절, 양산성당을 다니던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노동상담과 음식을 제공하던 성당 측이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개소했다.
양산지역은 도시 규모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편이다. 지난 4월 말 현재 양산지역 등록외국인은 4379명, 이 가운데 결혼이주여성만 1000명에 이른다. 경남지역에서는 창원시(1만5768명) 김해시(1만5277명) 거제시(9572명)에 이어 4번째로 외국인이 많다.
이렇듯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도 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문성을 갖추면서 외국인 전문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양산시도 이름 점을 인정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할 정도다.
도와주는 회원도 많다. 자원활동가 30명을 비롯해 후원자 등 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내국인과 관청의 평가에 앞서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곳의 가치가 드러난다.
노동자의 집은 단순한 봉사단체를 넘어 한글교실은 기본이고, 취업에서부터 음식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상비약 투약과 같은 간단한 치료를 위한 간이의료실, 노동상담, 체육대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도맡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인류애를 기본으로 한 세심한 배려다. 간이의료실의 경우, 매달 3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평일에는 야간 잔업 등으로 약국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간단한 상비약을 구비해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노동상담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올해 10월까지 실시한 노동상담은 169건에 이른다. 대부분 임금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정해(여·33) 사무국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얘기를 함께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노동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들과 내가 아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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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7일 양산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음악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지난달 27일 양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지역 봉사단체인 로터리클럽과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글로벌 음악회'였다.
매년 이곳에서 주최하는 조촐한 음악회와 공연이 있었지만 이처럼 지역 사회단체가 지역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을 위해 마련한 음악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600여 명의 외국인과 지역민이 참석했다. 양산문화원의 재능기부,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의 공연이 가을밤을 수놓았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외국인 노동자는 "낯선 땅에서 힘들고 참기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외국인노동자의 집과 오늘처럼 따뜻한 위로의 자리를 만든 지역주민이 있어 이국땅에서의 설움과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작은 인식변화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의 한국 적응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글교실'이다. 노동자의 집에서는 지역민과 더 많은 소통을 위해 외국인들에게 한글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주말에 열리는 한글교실에는 100여 명의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이런 인기는 외국인들의 높은 학구열도 있지만 지역에서 30여 명의 자원활동가가 참여해 나라별, 수준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양산지역 외국인 노동자의 향학열은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게 사무국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의 한글 배우기 열풍에는 노동자의 집이 마련하는 연말 송년축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이 행사의 으뜸은 '한국말하기 대회'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1년 동안 배운 한글로 수필, 시, 연설문 등을 작성해 발표한다. 이국땅에서 주눅이 든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정 사무국장은 "한국말하기 대회에 나선 외국인 친구들의 사연을 듣노라면 영락없는 우리의 이웃임을 절감한다"며 "더 많은 지역민이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편견없는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까지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이주노동자 간 분쟁 중재, 사무실 퇴거 유보 이끌어"
■ 동아리 '신나는 연대' 대표 페리 씨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은 자체 프로그램 외에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동아리는 '신나는 연대'다.
"이 모임은 지난 2009년 각국 이주노동자를 서로 돕기 위해 만들어 졌으며, 저는 3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집에서 만난 신나는 연대 대표 페리(25·인도네시아·사진) 씨. 그는 동아리 결성의 배경이 이주노동자의 상부상조에 있다고 밝혔다. 신나는 연대 회원은 현재 400여 명 정도. 네팔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참여하고 있다. 친목을 위해 정기적으로 배구대회를 열고, 한 달에 한번 가지는 모임 때는 이주노동자의 각국 대표가 간부로 참여해 평의회와 같은 기능도 갖고 있다.
"주로 취업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과 각종 행사를 위한 토론과 여론 수렴 등의 활동도 한다"는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동료 기숙사 방문과 분쟁 중재를 들었다. 한국말이 서툰 동료를 찾아 어려움을 듣거나 민원을 접수하고, 이주 노동자 간의 다툼을 화해로 이끌어 낸다. 페리 씨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국적이 다른 이주 노동자간에 다툼이 생길 때는 한국경찰이 해결하기가 힘들어 신나는 연대가 나선다고 언급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8개월째인 그는 노래를 잘 불러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는 가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강사를 할 정도로 한국어도 유창하다.
페리 씨는 지난 3월 양산시장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면서 사회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양산시가 종합운동장 사무실 사용을 체육단체에 국한하는 조례를 개정, 노동자의 집이 길거리로 쫓겨나갈 처지에 놓이자 시장에게 읍소의 편지를 썼다. 신나는 연대와 페리 씨의 이런 노력 때문인지 시는 다른 사무실을 구할 때까지 퇴거를 유보했다.
그는 "처음에는 무척 낯설고 외로웠지만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을 통해 각국의 친구들과 사귀게 됐고, 이젠 한국에 첫발을 딛는 친구들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 머물 시간이 많지 않지만 더 많은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이곳을 통해 한국의 따뜻한 정을 알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