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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리를 하면서도 연신 웃으며 여유롭게 얘기를 하는 대우서점 김종훈 씨는 이른바 책 도사였다. |
- 손님 원하는 책 찾기 위해
- 다독하는 등 부단히 노력
- 이태원 소설전문서점 닮은
- 헌책전문점 늘어나길 바라
4년 전 고전서적 전문의 대륙서점을 인수해 전문서적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는 대우서점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도 규모가 크고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도서를 갖춘 헌책 전문서점이다.
"이 책 한 권밖에 없는거요?" 멀리서 온 손님이다. "예, 그것뿐입니다. 필요하시면 더 구해 볼 수 있지요."
안쪽 서가에서 책을 찾다 말고 책 내용 설명을 들은 김종훈(61) 씨. "그건 천주교 관련 책인데요. 그 책은 골목 안쪽 ○○서점에 가면 있습니다." 이른바 책 도사인가 보다.
대우서점 김종훈 씨는 전북 남원 수지면의 산골이 고향이다. 7남매 중 막내로 남보다 2년 늦게 수지초등을 졸업하고 순천 형님댁으로 유학가 순천중·고교를 다녔다.
소년 종훈의 책사랑은 고교 때부터 비롯됐다. 하교 때마다 들리는 남교로터리의 헌책방들은 소년에게 교과서 외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다. 세계문학 등 학교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없는 책들을 용돈을 아껴 싸게 샀다. 그때 막 창간한 독서신문과 주간조선 등에서 책 정보를 얻으면 헌책방을 찾았다. 마침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책방주인의 배려로 현대문학 창간호를 1970년 초 당시 돈 1000원을 주고 구입하기도 했다. 현암사의 사서삼경도 이곳 책방에서 봤다. 소년에게 헌책방은 새 세상을 열어주는 돌파구였다.
고교 졸업 후 서울 친구집에 잠깐 다니러 갔을 때도 청계천 서점을 들락거리다 누구보다 책을 잘 아는 것을 눈여겨 본 주인의 요청으로, 군입대 일주일 전까지 서점 일을 도왔다. 책을 아는 사람이 책 파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안 주인의 안목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1976년 제대 후 부산에 정착, 외사촌 형 댁에서 직장으로 출퇴근하면서도 주말이면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책방골목 사람들과도 면식을 익혔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어느 날 대구서점 주인 아주머니의 권고로 이 서점을 인수하게 됐다. 1978년 9월 개업하면서 '대구'의 '구' 자를 '우' 자로만 바꿔 '대우서점'이라 명명하고 간판도 'ㄱ' 대신 'ㅇ'으로 고쳐 그대로 썼다.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신협에서 대출도 받고 모자라는 것은 일수로 처리했다.
당시는 교과서 참고서가 귀한 시절이라 헌책거래가 활발했다. 주 고객은 참고도서가 필요한 대학생들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대학 입학 후 봐야 할 인문·철학 서적을 미리 구입하기를 원했지만 책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자기들과 이야기를 나눌 서점주를 만나기를 바랐다. 책방에 온 고객들은 주인을 그 방면의 전공자로 착각하고 모여들기도 해 1970년 후반까지 헌책방은 전성기였다. 대우서점은 그런 의미에서 대학교수나 학부생, 대학원생의 단골자리를 굳혀갔다.
대우서점은 지금의 학사서점 자리에서부터 시작했다. 1년 후 바로 옆 효림서점을 인수, 벽을 터 골목에서 가장 큰 서점이 되었다. 이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다시 학사서점 자리를 축소하고 골목계단 위 건물 2층의 옛 한림서적(도매상) 17평짜리로 옮겼다. 그리고 아래층 효림을 인수해 아래위 두 개층 사이에 계단을 설치, 이용하기에 편리하게 했다. 2000년 무렵 중부교회 아래 한일서적 자리로 이전하면서 대학교재와 미술 등 전문서적은 근처 학원빌딩의 2, 3층을 빌려 따로 전시하다가, 4년 전 대륙서점을 인수하고 이들 전문서적을 골목으로 내왔다. 처마 밑 간이서점에서 출발, 4개의 점포군으로 발전했다.
대우서점에서 책을 찾으려면 사람 몸 하나 겨우 빠져 나갈 미로 같은 책이 쌓인 틈새를 서커스 하듯 지나다녀야 한다. 개량한복을 입은 김종훈 씨는 그 사이를 용케도 헤집고 다니며 귀신같이 책을 찾아낸다. 그리고 고객에게 꼭 필요한 책은 값을 제대로 치르고 사도록 한다.
"헌책방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손님은 무작위로 아무 책이나 다 물어 봅니다."
고객 얘기만 듣고 무슨 책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문화생활이 다양한 만큼 손님들의 독서취향도 다채로워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설작품은 어느 책 속에 있는 어떤 작품인지를 알아야 하므로 많은 독서를 요한다. 손님을 능가하는 지식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수동에서 학우서점·중앙서점·세기서점·정문서점들이 벌써 50년을 넘어섰고, 단골서점·동원서점·대동서점·남양서점들이 차세대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서점들이 세태에 따라 새 책방으로 바뀌어 간다.
김종훈 씨의 헌책방 골목을 향한 바람은 서울 이태원의 소설전문서점을 닮은 헌책전문 취급점이 늘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한다 해도 책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헌책전문서점이 보수동 골목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훈 씨가 보수동 뒷골목에 헌책방 난장을 펼친 지 벌써 36년째다. 그간 난장들이 번듯한 가게로 변신하는 등 이 골목 풍경도 많이 바뀌었고 대를 잇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전문화시대, 대우서점은 철저히 전문서적 구비서점으로 위치를 굳히고 있다. 새책이라 하더라도 헌책방에서 거래되면 헌책이다. 대우서점은 헌책이 새 책이고, 새 책이 헌책이다.
고객의 찾는 목소리가 다급할수록 김종훈 씨의 마음은 느긋해진다. 되레 손에 든 책에서 먼저 읽은 사람의 기운이 덧씌워진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이 따스한 기운을 새로 만나는 책 주인에게로 전달하는 착한 메신저로서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곁에 선 아내도 함께 말이다.
문의 010-3045-3820 / 부산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