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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지구마을 리포트 <8> 울산 현대외국인사택

직장 따라온 외국인 가족들, 이웃사촌 이루며 공동체생활…문화 공유하는 '미니 지구촌'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13-11-06 20:03:4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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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서부동의 현대중공업 외국인사택이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현대중 제공
- 현대重에 파견된
- 선주 감독관과 가족들
- 45개국 1000여명 생활

- 30년 된 붉은 벽돌건물
- 유럽의 작은 마을 같아
- 학교 등 다양한 시설
- 한국어 몰라도 불편없어

- 지역 양육원 방문 등
- 사회봉사활동 활발하고
- 체육대회·축제 등 참여
- 한국 전통문화도 배워

현대중공업 직원과 가족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에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색적인 공간이 있다. 서부동 현대서부훼밀리아파트 옆 '현대외국인사택(Foreigner's compound)'이다.

여기에는 미국, 영국, 호주, 인도, 중국 등 45개 국에서 온 10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이웃사촌을 이루며 공동체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칭은 사택으로 불리나 실제로는 외국인 마을이라고 해야 옳을성 싶다. 좀 더 부풀리자면 '미니 지구촌'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국경없는 마을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는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며 우정을 나누는, 말 그대로 '위 아더 월드'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 조선역사와 함께 태동

   
현대중공업 외국인사택 거주자들이 체육행사를 열고 있다.
현대외국인사택이 만들어진 것은 현대중 창립 10년 뒤인 1982년 9월이다. 현대중에 와 있는 선주 및 선급사 감독관과 가족들이 체류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사택에 사는 외국인은 50~60명에 불과했지만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거주 인구가 늘었고 시설도 확대됐다. 당초 서부동 한 곳에서 2006년 방어진에 1곳을 더 만들어 현재는 2개 단지에 473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서부동 사택은 붉은 벽돌로 지은 설립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단독 및 연립주택형과 저층 아파트형의 건물들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깔끔한 유럽의 한 작은 마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택 내에는 외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와 입주민들이 휴식과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클럽하우스,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자리해 있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시설은 외국인학교다. 사택 설립 때는 학생 18명에 교사 2명으로 개교했지만 지금은 12학급 31개 국, 185명의 학생들이 다닌다. 교사도 20명으로 늘었다. 유치원과 초등, 중등 등 3개 과정을 운영 중이다.

저마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지만 이 곳에서는 영어를 공통어로 사용한다. 거주 외국인 가운데는 6~7년째 살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의사소통과 문화생활에 불편이 없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치와 매력 때문이다. 그래선지 오래 살아도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 주목받아

   
학생들의 한국 전통악기 수업 모습.
사택 외국인들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다양하고 역동적인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점은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회봉사활동의 일원으로 고아원 후원회를 결성, 20여 년째 지역 양육원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 또 수시로 바자나 케이크 판매 등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중이다. 저소득층 자녀 지원센터를 만들어 영어를 가르쳐주고 유기견 보호센터 지원금 모금활동 등이 이들이 하고 있는 활동이다.

외국인 거주자들의 스포츠나 문화활동도 관심거리다. 매년 5월이면 봄맞이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마치 미니올림픽과 유사하다. 줄다리기와 기마전 같은 한국 고유의 전통 놀이도 빠지지 않는다. 가을에는 외국인 학교 주관으로 '국제교류주간' 행사를 갖는다. 보통 일주일 동안 열리는 이 행사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모두 참가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예술,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미니 엑스포 형태로 진행된다.

이 밖에도 할로윈데이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각국의 기념행사를 공통으로 개최하는 한편 지역의 각종 축제 때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다도나 김장 담그기, 국악기 연주 등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일에도 열심이다.

주민 알리슨 맥크로클랜(여·50·스코틀랜드) 씨는 "외국같지 않고 마치 고향이나 내집처럼 느껴진다. 언어문제도 없어 모두가 가족같이 지낸다"며 "물론 처음에는 각 나라 사람들마다 풍습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지만 생활하면서 맞춰 나가면 금방 이 곳만의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고 자랑했다.

사택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현대중 해외홍보부 김미리(여·34) 과장은 "말과 글, 국적이 다른 머나먼 이국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금방 친숙해 진다. 특히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 "남편과 떨어져 살아도 이곳 떠나고 싶지 않아요"

■ 대만 출신 바이올렛 야콥슨

- 다른 곳에 발령 난 남편과 주말부부
- 고향 자주 왕래… "한국은 제2의 고향"

   
"이 곳 생활이 좋아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계속 살고 있습니다."

울산의 현대중공업 외국인사택에서 8년째 살고 있는 바이올렛 야콥슨(여·45·대만·사진) 씨의 남편은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선주사 감독관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외국인 주민 대부분은 가족이 함께 거주하지만 야콥슨 씨는 남편만 새 발령지로 보내고 혼자 남아 살고 있다.

야콥슨 씨는 2005년 머스크사 감독관인 덴마크인 남편을 따라 이 곳에 왔다. 매사에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인지라 이곳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고아원 후원회 회장을 4년6개월째 맡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는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기념일이나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각 나라의 친구들을 한 자리에서 사귈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고 자랑했다. 이 때문에 야콥슨 씨는 잔류를 택했고, 외국에서 주말부부로 사는 특이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과 떨어져 살아 불편하지 않느냐는 말에 야콥슨 씨는 "매일 요리 안해도 돼 좋다"라는 농담으로 화답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을 한국사람인 줄 안다는 야콥슨 씨는 고향인 타이페이도 멀지않기 때문에 자주 왔다갔다 한다. 그래선지 외국에 살고 있음에도 외국처럼 느껴지지 않고, 고향에 대한 강렬한 향수도 적다며 한국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남편과는 영국 유학생활 중 만나 결혼했고 20살된 딸을 두고 있다. 딸은 현재 대만에서 유명 연예인으로 TV, 영화, CF모델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신도 고국에 가면 "ㅇㅇ엄마"로 꽤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고 자랑하는 모습에서 국적은 달라도 엄마들은 다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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