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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39> 김인수 민들레공동체 대표

민들레학교 아이들에 대학 안 권해, 그래도 대학 가고 유학 가더라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13-10-31 20:38:57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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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학교 김인수 교장이 콩타작을 하며 민들레 공동체와 교육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공동체는 인류 역사보다 오래돼
- 사회문제 푸는 대안 될 수도
- 주민 100여명 생계 자급자족
- 현실도피 아니라 도전의 장소

- 농촌은 인간 본성 회복하는 곳
- 아이들 왜 불만 없었겠나
- 별난 삶 인생에 도움됐을 것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둔철산에는 '민들레 공동체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물질 만능으로 치닫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터전을 일구며 사는 공간이다.

지난 1991년 진주에서 농촌 마을 자녀들을 대상으로 사회 교육을 하던 김인수(53) 씨 부부가 몇몇 청년들과 가난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여기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됐다. 이곳에서의 생계는 모두 공동체 내에서 해결한다. 식량자급은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교육도 자급을 원칙으로 한다. 생계비는 체험활동 운영, 공예품 판매, 베이커리 사업 등으로 충당된다.

지난 28일 공동체 내에 자리한 민들레학교를 취재진이 찾았을 때 안경을 쓴 구릿빛 피부의 50대 남자가 학생들과 콩 타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허름한 개량 한복 상의와 바지에는 흙과 먼지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공동체 대표이자 민들레학교 교장인 김 씨는 도시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장 선생님의 근엄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교장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노작(勞作)교육 시간'이라며 취재진을 맞았다.

-1991년 민들레 공동체가 만들어진 이래 22년이 지났다. 도대체 왜 이런 공동체를 만들었는지.

▶이상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공동체적 시도를 한다. 그러나 이곳은 공동체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동체를 통해 농촌을 살릴 인재가 배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름은 또 왜 이렇게 촌스러운가. 좀 세련된 명칭도 있지 않는가.

-민들레라는 이름에는 3중의 뜻이 담겨 있다. 잎이 가진 의미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 뿌리가 가진 의미처럼 뿌리깊은 삶, 홀씨가 가진 의미처럼 흩어져 섬기고 순명하는 삶이 그 것이다. 이 민들레 꽃이 가진 3중적 의미가 우리 공동체의 생활양식이다.

-스마트폰과 SNS 등 우리 사회는 첨단과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사회가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런 공동체가 유효하다고 보는가.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그 기원이 인류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보다 오래 되고 근원적이라고 본다. (기독교를 믿는)우리는 하나님 자신이 공동체라고 믿기 때문이다. 좋은 토양에서 좋은 작물이 나오듯 공동체 없이는 어떠한 가치 있는 삶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공동체는 그 유용성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양식이다.

-요즘 '대안적 삶'이라는 말이 많이 거론된다. 식상한 느낌마저 든다. 과연 공동체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진짜 대안이 될 수 있나.

▶수많은 대안적 노력을 끊임없이 해오는 가운데 인간은 최선의 삶에 접근할 수가 있다. 따라서 대안적 노력 그 자체가 절대화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시도가 없이는 지금의 사회적 문제와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본격적인 사회변혁을 위해서는 그 변화의 씨앗이 사람들의 마음에 심겨지고 삶으로 실험되어야 한다.

-민들레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공동체에는 5가정, 30여 명이 살고 있다. 민들레학교 학생 75명을 포함한다면 100명이 넘는 대식구다. 생계는 전부 공동체에서 해결한다. 타지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또 생활하고자 하나 숙소가 부족해서 더 많은 인원을 받기는 어렵다.

-규율이 상당히 엄격하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오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여기에 오려는 사람은 말 그대로 대안적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 오갈 데 없는 어려운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세우려는 사람들이다. 단순 귀농자에게는 그들의 생계와 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하기에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공동체 추구가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현대사회에서 경쟁을 피하고 공동체적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도피가 아닌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동체에는 현실돌파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공동체에서 실험된 삶의 역량이 정치, 경제, 교육, 생태 등 다양한 세상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인간에 대한 존엄과 신뢰를 경험하고 새로운 인간성을 길러내는 도전의 장소가 공동체다.

-이곳에서는 노동을 유난히 강조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노동은 인간을 완성하는 기본적인 길이다. 노동은 노동하는 자신과 이 세계 간에 이뤄지는 의미있는 소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은 교육의 핵심이다. 왜 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는가. 삶을 잘 살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오직 노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든 영원한 가치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땀과 수고와 노동으로만 가능하다.

-최근 대안학교가 주목을 받으면서 민들레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학교인가.

▶민들레학교의 교육철학은 더불어 사는 자유인을 기르는 데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과 공동체가 함께 행복를 누리자는 것이다. 또 가난한 자의 이웃으로서 인류의 빈곤을 해결하는 인재를 기르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공동체 중심, 생태 대안적 의식, 자기주도적 학습, 가난과 불행을 견뎌내는 삶을 주로 가르친다. 민들레학교는 비기독교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요즘처럼 자유분방한 아이들은 적응하기가 어렵겠다.

▶학교에는 중·고등학생 75명과 교사 14명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고교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생들에게는 가능한 한 대학에 가지 말라고 권유한다. 대학 졸업자라는 자격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곧바로 사회현실에서 이를 실험해 보기를 원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대학으로 간다(웃음). 일본으로 유학간 학생도 있고 국내 여러 대학에 입학했다.

-자신은 신념이 있으니 그렇다치고, 부인과 아이들은 이 생활에 만족하는가. 당연히 불만이 많을 것 같다.

▶아내와는 평생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아이들은 다 성장했다. 첫째는 결혼해서 진주에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와 셋째는 공동체에서 영어와 농업담당 교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도 왜 불만이야 없었겠는가. 그러나 별난 삶과 세월이 성장에 도움도 되었을 것이고, 극복해야 할 고충도 되었을 것이다. 어쩌겠나, 주어진 삶이니. 이런 삶 때문에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하고 개척하면서 자기 삶을 극복해 나가는 편인 것 같다.

-도시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농촌에서의 생활은 어떤 것이 있는가.

▶농촌은 생명을 키우고 기르고 생산하는 곳이지만 도시는 생명을 소비하고 죽이는 곳이다. 농촌의 자연과 환경은 사람을 치유한다. 또 인류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근원적인 장소가 농촌이다.


# 김인수는 누구

- 부산서 출생, 서부경남 정착…가난한 농촌아동 교육 힘써
- 공동체·대안학교 등 세워

민들레학교 김인수 교장은 1960년 부산 양정동에서 출생했다. 부모님을 따라 대구 진해로 옮겨 다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때부터 진주에 정착해 이곳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김 교장은 어린 시절은 기억이 나지 않고 추억이 없다며 스스로 진주가 고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1984년 경상대 농대를 졸업한 뒤 대학가 인근인 진주시 정촌면 화개마을에 빈집을 구입해 농촌 아이들을 상대로 교육을 시작했다. 1996년에는 서울대에서 농촌사회교육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함양 거창 등으로 옮겨서도 계속됐고 1991년 서부 경남 농촌지역 선교 차원에서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둔철산 자락에 민들레 공동체를 출범시켰다. 또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중학교 과정을 열었다. 피폐해진 농촌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가 세운 공동체는 일상 속에서 무소유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정신은 유기농, 생태건축, 대체에너지, 공동생산과 공동분배, 민주적 의사결정 등으로 발현되는 중이다.

김 교장으로 대표되는 민들레 공동체의 또 다른 미덕은 '열린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종교가 벽이 되지는 않는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달리는 자본만능의 시대에 대해 회의하고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그가 설립한 민들레학교도 특별하게 내세우는 교육 내용은 없다. 가난하고 소박하게 자연과 더불어 자립하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 이 학교의 교육 철학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작교육을 중시, 오후에는 교실이 아닌 논밭과 작업장에서 종일 땀을 흘리며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도 기르도록 한다. 민들레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더라도 대부분 대학을 선택하게 되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대안 대학 과정까지 고민 중이다.

세 명의 자제 가운데 딸 주원(25), 아들 진하(23) 씨가 각각 영어와 농업담당 교사로 대를 이어 대안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프로필

▷1960년 부산 양정동 출생 ▷1979년 진주고 졸업 ▷1984년 경상대 농학과 졸업 ▷1985~1987년 진주학생신안운동 간사 ▷1996년 서울대 농촌사회교육 전공(박사) ▷1999년 아세아 연합신학대학교 목회신학 석사 ▷1997~2005년 (공) 한국사랑의 집짓기운동 (해비타트) 진주지회 이사 ▷1988~2007년 서부경남선교동지회 총무간사 ▷1998~2009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부산장신대학교 농촌선교 농촌지역개발, 공동체개발 강의 ▷1991~현재 민들레공동체 대표 ▷2003년 캄보디아 농촌지도자학교 설립 ▷2007년~현재 민들레학교 교장 ▷2008~2011년 (사)한국지속농업산학연구회 이사 ▷2010년~현재 (사)대안기술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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