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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서상동 일명 '김해 이태원' 거리를 찾은 외국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 쇠락의 길 걷던 동상전통시장
- 지금은 단골 늘어
- 외국인 종업원 고용
- 상가 간판 이국적
- 한 휴대전화 판매점
- 타국어로만 영업
- 베트남·印尼·인도 등
- 전문 음식점도 성업
경남 김해시 동상전통시장과 연결된 서상동 일대 상가거리. 종로길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지만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김해의 이태원'이란 호칭이 더 자연스럽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평일 오후 시간대면 늘 인파로 넘실댄다.
외국인이 넘쳐나는 것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의 '이태원 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은 이태원과 달리 '김해 이태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주를 이룬다.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등에서 온 이들은 우리나라 사람과 외모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 인파가 넘쳐나도 외국인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인이나 몽골인 등은 언뜻 보면 우리나라 사람과 구별이 힘들다. 하지만 외모가 한국인과 비슷하다 해도 하는 행동과 손에 든 물건들을 보면 금방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남자 3∼4명이 뭉쳐 다니며 상가를 들락거리거나 쇼핑한 것을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는 등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어서다.
주말 '김해의 이태원'은 밤 늦게까지 인파가 넘쳐나고, 인근 상가는 손님을 끌기 위해 환하게 불을 밝혀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됐다.
■동상시장, 몰려드는 외국인에 '즐거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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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이태원'의 상가.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간판은 대부분 영어 등 외국어로 되어 있다. |
대형마트와 쇼핑센터의 확산으로 전통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는 것은 김해지역도 마찬가지. 김해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동상시장도 수년 전까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곳곳에 대형 유통업체가 진출하고 부산 등으로 나가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더이상 손님의 발길은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이었던가 싶게 지금은 잠시 한눈을 팔면 서로 부딪힐 정도로 동상시장은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2010년부터 숫자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외국인 시장'이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게 됐다. 상인들이 "외국인 고객이 없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마치 외국의 어느 시장에 간 듯 하고, 한국인인 가게 주인이 이방인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0일 동상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 말을 잘 못해도 계산은 척척 잘 한다는 점이다. 가게 주인도 별 어려움없이 물건을 포장해 주고 돈을 받는다.
이들이 주로 찾는 것은 닭과 민물고기, 야채, 토마토 등이다. 야채 가게마다 토마토를 파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한 시장 안의 야채가게는 몰려드는 외국인 고객들을 대하느라 고등학생 아들까지 나와 일을 거들고 있었다.
■'리틀 아시아'라 불러 달라
동상시장과 연결된 동상치안센터∼분성로 간 200m가량의 종로길. 이곳의 중간에 있는 사거리와 가락로의 헌혈의 집을 연결하는 50여 m 길을 김해 시민들은 알짜배기 '김해의 이태원'으로 꼽는다.
우선 간판부터가 이국적이다. 여러 가지 생필품을 파는 'Global Shopping Mall 1st Zone'과 'Ace Mart', 휴대전화, 국제 전화카드 등을 판매하는 'Asia Town', 컴퓨터 관련 가게인 'Asia Net', 시계점인 'Time & Watch' 등이 자리를 하고 있다. 간판만 봐서는 어떤 물건을 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곳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은 신기하게도 필요한 물건을 사간다.
이 곳의 상가들은 3분의 1가량이 외국어로 된 간판을 내걸고 있다. 한국어 상호가 부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은 외국어로만 기종별 설명과 판매금액을 표기해 놨다. 이런 까닭에 한국인 손님은 아예 발길도 하지 않는다.
동상시장에서 야채 등을 산 후 슈퍼마켓에 들러 생필품을 구입한 스리랑카 근로자 수무두(25) 씨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 2명과 시장이 들렀다. 다른 곳보다 가격도 싼 편이고 품질도 좋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동상시장과 외국인이 모여 있는 거리를 걸으면 고향에 온 듯 착각이 든다는 말도 덧붙엿다.
'김해의 이태원'에는 각국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게도 줄 지어 있다. 베트남 쌀 국수를 파는 'QUAN VIETNAM', 인도네시아 레스토랑 'Bali Indah', 인도 음식점 'Tajmahal' 등을 방문하면 아시아 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시장 상인인 고영린(여·47) 씨는 "상인들 대부분이 외국인 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외국어로 상품을 설명해 놓는가 하면 다른 재래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외국 음식 재료도 판매한다"며 "아예 종업원을 외국인으로 고용한 곳도 많다"고 밝혔다.
# 민족 편견 없애는 다문화 용광로
■ 아시아문화축제
경남 김해지역의 중소기업에는 외국인들이 특히 많다. 시에서는 그 숫자가 4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과 태국, 필리핀, 몽고, 스리랑카, 인도 등에서 온 아시아인이다. 이들로 인해 김해에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급증하자 김해YMCA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 2004년부터 외국인과 이주민, 지역민이 한데 어울리는 아시아문화축제를 열었고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취업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지역민이 함께 아시아의 문화를 공유하고 민족 상호 간의 차이와 차별을 뛰어넘는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2, 13일 김해시 대성동 가야의 거리 '시민의 종' 일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축제(사진)에는 5000여 명이 몰려 각국의 문화를 만끽했다. 아시아 레스토랑을 통한 맛 기행, 세계 풍물 악기와 몽골 전통가옥 게르, 아시아 택시 릭샤 탑승 등의 체험도 이뤄졌다. 세계 전통무예 시범, 아시아 각국의 전통놀이 체험 등도 큰 인기를 모았다.
김해지역에서 아시아문화축제를 연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김해는 가야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국제결혼을 한 곳인 데다 일찌기 주변 나라와 해상교역을 활발히 하면서 국제도시로의 위상을 다진 적이 있어서다.
김해YMCA 박영태 사무총장은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이주해 온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 김해 시민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통놀이 체험을 하고 함께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 내 안의 다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