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 감찰과장 사의 도화선
- '독립성 훼손' 연판장 준비
- 부산지검 등 평검사회의 주목
점입가경이다.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사태는 더 악화하고 있다. 검찰 간부는 물론 평검사까지 법무부의 감찰이 채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고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연판장을 준비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법무부는 사의를 표명한 총장에 대한 감찰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치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사표 낸 총장' 감찰 추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5일 채 총장의 사의와 관련, "사표 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진실이 규명되면 깨끗이 해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채 총장이 직접 하건, 법무부 장관이 진상 규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법무부가 진상 규명을 하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법무부 역시 청와대 입장 발표 직후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이 예정대로 진상조사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 등은 법무부·검찰청 공무원의 비위·진정 등에 대한 조사 개념으로 이뤄지는 통상의 감찰과는 달리 '진상 규명'에 방점을 둔 조치라는 입장이다. 채 총장의 신분이나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한 것이란 설명이다. 채 총장도 사퇴 전날인 지난 12일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해 "법원에 정정보도 소송을 청구할 것이며, 이와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면서 '진상 규명'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와 법무부가 사의를 표명한 '사실상 식물 총장'에 대해 감찰을 강행해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검찰 조직을 흔들어 다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정치검찰로 길들이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독립성 훼손" 검찰 반발 확산
이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가 관심사다. 일단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검찰 간부와 평검사 사이에선 울분에 가까운 반발이 터져나왔다.
부산지검 평검사들은 빠르면 16일께 평검사 회의를 갖고 채 총장 사의 철회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등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3일 평검사 회의를 갖고 채 총장의 사의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들도 지난 14일 평검사 회의를 추진했다가 16일께로 일단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의 한 검사는 "수도권에서 주도적으로 '총장 사퇴 재고' 의견을 내고 있는 만큼, 내부 의견 조율만 이뤄지면 추석 이전에 입장 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6일이나 17일께 부산 서울 등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평검사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검찰 일각에서는 '총장 사퇴 재고'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총장 사퇴와 관련해 연판장을 돌리기로 정한 곳도 있고,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며 "평검사들은 이번 사태가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치는 것에 깊은 상처를 입은 듯 하다"고 말했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지난 14일 대검찰청 중간간부의 사의 표명과 법무부에 대한 비판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은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이라는 표현까지 하며 황 장관을 비판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또 김 과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장관의 결정으로 검찰이 동요하고 있다"며 법무부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중에서는 현재 특별한 의사 표명을 한 사례가 없는 점을 미뤄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 결국 검사들이 고개를 숙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