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송전철탑 고공농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 17일.

회사와 노조 측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출신 근로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비정규직 지회 사무국장은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의 50m 송전탑 23m 지점에 올라 철탑 난간에 밧줄로 몸을 묶었다.

회사가 노조의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받아들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쟁력을 모으고 사측을 압박하고자 두 사람이 고공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농성 이후에도 노사는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특별교섭이 열렸으나 "사내하청 근로자를 대상으로 신규채용하겠다"는 사측과 "신규채용 대신 기존 근속연수를 인정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노노 갈등'도 불거졌다.

정규직 노조가 '신규채용을 골자로 사측과 협상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비정규직 노조가 반발하면서 비정규직 노조는 협상장으로 향하던 정규직 노조 사무실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노노 간 마찰로 지난해 12월 27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간 교섭 자체가 중단됐다.

고공농성이 계속되면서 현대차가 농성자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 가처분 신청'과 한국전력공사가 제기한 '송전탑 농성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지법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난 1월 8일 철탑 아래 천막농성장 강제철거에 나섰으나 노조 반발로 30여 분 만에 중단됐고, 같은 달 18일에도 천막농성장 철거와 철탑 농성자 강제퇴거가 시도됐지만 역시 노조가 막아서면서 강제집행은 실패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 51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447명이제기한 부당 징계·해고에 관한 판정회의에서 32개 업체가 불법파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노사 모두 이 판정을 거부했다.

사측은 '다시 판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노조는 '모든 사내하청 업체가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을 하며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해버렸다.

그러던 사이 지난 6월 13일 현대차 노사는 고공농성 169일 만에 처음으로 '비정규직 특별교섭'을 재개했다.

그러나 협상은 서로 견해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협상은 물 건너가는 듯했고 농성이 길어지면서 외부 세력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희망버스'는 지난달 20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 공장 펜스를 뜯어내고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아서는 사측과 마찰,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시위대, 사측, 경찰 등 100여명이 부상했다.

희망버스 폭력사태에 앞서 노조의 파업에 따라 노사는 수차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고공농성과 함께 전면파업 또는 부분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양측 간에 수시로 몸싸움이 벌어졌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사측은 고공농성 기간 전후에 벌어진 파업, 희망버스 폭력 사태 등과 관련해 노조 측을 상대로 총 50건 상당의 형사고소를 한 상태다.

지난 2010년 11월 비정규직 노조가 울산공장 점거를 한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사측의 민사소송은 총 14건에 182억7천만원 상당이다.

농성자들이 내려와도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이 엇갈려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민·형사상 고소·고발 문제까지 걸려 있어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