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충북 제천영육아원 아동학대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직원을 국회의원실로 보내 사안을 직접 설명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핵심 가치인 인권위가 국회의원에게 스스로 저자세를 보임으로써 독립성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인권위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실에 따르면 제천 지역구 의원인 송 의원은 이달 초 현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최근 논란이 된 제천영육아원 조사 결과에 관한 사실 관계 설명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제천영육아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제천시는 시설장 교체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시설의 일부 직원들이 조사 결과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송 의원의 연락을 받은 현 위원장은 조사를 담당한 담당 국장과 과장에게 즉시 송 의원실의 요청에 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담당 과장은 지난 5일 오후 2시께 제천영육아원 문제에 대한 인권위 결정문을 들고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송 의원실을 직접 방문, 보좌관에게 결정문 내용과 조사가 시작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송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서면 답변으로 해도 충분했는데 직접 담당 과장이 의원실로 찾아와 설명했다"며 "의원실에서 인권위에 설명 요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찾아오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위 일부 직원과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성격을 띤 국회의원의 요구에 인권위가 스스로 저자세로 일관, 국가 인권기관으로서 위상을 실추했다고 비판했다.
한 인권위 직원은 "송 의원이 인권위를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도 아닌데 담당 과장이 결정문에 다 나온 내용을 직접 찾아가 설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추락한 인권위 위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전날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독립기관의 장인인권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심각한 독립성 훼손"이라고 주장하며 현 위원장과 송 의원에게 질의서와 항의성명을 전달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번 일은 인권위가 행정부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시설 인권침해에도 어떻게 권력 눈치를 보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인권위의 역할을 가로막는 현 위원장의 자진 사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인권위 조사 내용이나 권고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못하는 것 같아 직접 찾아가 설명한 것"이라며 "해당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만나 권고 내용과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