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백양산에서 내려온 듯
- 트랩도 설치 안돼 '무방비'

부산 도심 주택가에 멧돼지가 반복해서 출몰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몸길이 1m, 무게 30㎏ 상당의 멧돼지 3마리가 지난 20일 밤 11시25분께 사상구 주례동 양지공원 지하 1층 주차장에 나타나 서성이는 것을 주민 장모(26)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즉시 경찰과 소방서 구조대원 등 20여 명이 출동해 1시간30분간의 추격전 끝에 두 마리를 붙잡아 도살했다. 경찰과 구조대원들은 3인 1조로 멧돼지를 추격한 뒤 블로건(입으로 불어 마취제를 쏘는 도구)과 포획그물 등을 활용해 붙잡았다. 하지만 나머지 한 마리는 포획에 실패, 백양산 방향으로 달아났다.

지난 18일 오후 8시께에도 양지공원 지하주차장 인근 주례119안전센터 쪽에 멧돼지 3마리가 나타났다. 경찰과 구조대원이 출동했지만, 포획에는 실패해 멧돼지는 산 쪽으로 달아났다. 2011년 12월 15일 새벽에도 양지공원 지하주차장 인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게 150㎏ 상당의 대형 멧돼지가 나타난 것을 출동한 경찰이 사살했다.

양지공원 일대에 멧돼지가 반복해 출몰하자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주민 김모(68) 씨는 "인적 드문 밤이나 새벽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며 "그러나 인근에 큰 산이 있고 멧돼지가 반복해 나타나고 있어 주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더욱이 멧돼지는 4월 번식기 후 6월이면 새끼와 무리를 이뤄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 자주 보이는 50㎏ 이하 새끼 멧돼지는 무리를 이탈하고 길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멧돼지 출몰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백양산에는 포획을 위한 트랩도 없다. 부산에 설치된 트랩은 모두 13개로 금정산 일대에만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 전역에 100여 마리의 멧돼지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백양산 금정산 일대는 총기로 포획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의 대처법이 적힌 안내 책자를 나눠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