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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저지 아동학대예방센터(NJ CAP) 소속 전문강사들이 그레이스 N. 로저스 초등학교에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하면서 낯선 사람이 접근할 때의 대처법을 알려주고 있다. 유정환 기자 |
지난 4월 말 발생한 부산 수영구 D공립어린이집 원아 학대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으나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미진하기만 하다. 근본적인 해법보다는 표면적인 현상에 집착한 결과다. 이에 본지는 지난 5~12일 미국 뉴욕·뉴저지 등지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기관들을 방문하면서 선진 아동학대예방 제도를 살펴봤고, 이를 토대로 4회에 걸쳐 지면에 선보일 계획이다. 시리즈는 초등학생에 대한 아동학대예방 교육 현장, 양국 아동학대 제도의 차이점, 민간기관의 성과와 역할, 한인사회의 아동학대 예방노력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 민간기관 NJ CAP의 활동
- 30년간 700만 명에 예방교육
- 전문강사 3명, 수업 중간에
- '안전·건강·자유' 권리 일깨워
- "NO 말하고 도움 청하라" 조언
# 아동학대 감시자 역할도
- 징후 발견 땐 신고 의무화
- "수업 받으면 쉽게 털어놓아"
질문 :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끌어안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답변 : "Scare(두려워요)" "Disgusting(역겨워요)" "Bad(기분이 나빠요)" "Horrible(끔찍해요)"
질문 : "이런 사실은 누구에게 알려야 할까요?"
답변 : "Family(가족)" "Neighbor(이웃)" "911" "Principal(교장선생님)" "Teacher(선생님)"
미국 동부 뉴저지 이스트 윈저에 위치한 그레이스 N. 로저스 초등학교에서는 NJ CAP(New Jersey Child Assault Prevention·뉴저지 아동학대예방센터) 소속의 전문강사(이하 선생님) 3명이 2학년의 한 학급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는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학생들도 일부 다니고 있다. NJ CAP는 지난 30년간 700만 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해온 대표적인 민간 아동학대예방기구다.
■아이들의 권리 일깨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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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 N. 로저스 초등학교 모습. |
수업은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레베카·질·마거릿 등 3명의 선생님은 칠판 앞에 자리를 잡았으며, 20여 명의 아이는 반원을 그리며 앉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수업 분위기를 이끌었다. NJ CAP의 이사와 학급 교사는 교실 한쪽에서 수업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수업은 아이들의 권리를 일깨워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여러분의 권리는 무엇입니까"라고 선생님이 묻자 아이들은 저마다 "먹는 것" "자전거 타는 것" 등 자신의 관심사를 이야기했고, 다시 "먹지 못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고 질문하자 아이들은 "슬프다" "화가 난다"는 답변을 쏟아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간에게는 세 가지 권리가 있는데 그것은 안전(safety) 건강(strong) 자유(free)"라고 소개했다.
선생님들은 상황극(roleplay)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 낮선 사람의 납치로부터 도망치는 법, 성희롱 예방법 등을 선보였으며 아이들을 상황극에 동참시켜 대응법을 체득하도록 했다.
레베카 선생님은 첫 번째 상황극에서 한 여자아이가 다른 여자아이한테 점심값을 뺏는 학교폭력을 시연하면서 "이럴 때는 'NO'라고 말하고 친구 또는 선생님 등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상황극에서는 낯선 사람이 접근할 때의 대처법을 소개했다. 낯선 사람이 잡으면 정강이를 차고 도망가면서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한 뒤 상대방의 용모를 잘 기억해 주변 어른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세 번째 상황극에서는 '나에게 키스를 하면 영화를 보여줄게'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아저씨로부터 여학생이 피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촘촘한 감시망으로 아동학대 예방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3명의 선생님은 수업하면서 아동학대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아이들을 수업이 끝난 후에 별도로 불러 개별 상담에 들어갔다. 이들 교사들은 수업뿐 아니라 자신에게 맡겨진 아동학대 감시자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미국에서는 교사나 상담사 경찰 등 직업군 다수가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하면 이를 의무적으로(mandatory) 관련 기관에 보고하게 돼있다.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면서 '사후 약방문'식 처방이 아니라 촘촘한 감시망을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국가 취지에 따른 것이다. 로저스 초등학교 게일 파커(Gayle Parker·여) 교장은 "이 같은 수업이 아이들에게 아동학대를 피할 수 있는 지침을 주고 있다"며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아동학대에 노출될 때 교사나 카운셀러에게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NJ CAP 셔릴(Cheryl Mojta·여) 이사는 "20여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동학대예방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된 것은 성과지만 아직도 인식이 부족한 부모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한 명이라도 더 위기에서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 모지타·콜린스 이사
- ICAP의 여성 쌍두마차
- 27년간 활동한 베테랑, 인간 세 가지 권리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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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제아동학대예방센터 셔릴 모지타(오른쪽) 이사와 지넷 콜린스 이사. |
미국 국제아동학대예방센터(ICAP=NJ CAP)에서 '여성 쌍두마차'인 셔릴 모지타(Cheryl Mojta) 이사와 지넷 콜린스(Jeannette Collins) 이사는 2006년부터 7년간 NJ CAP를 맡아오면서 아동학대예방을 수행하는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이들은 둘 다 아동학대예방 분야에서 27년간 활동해 온 베테랑으로 나이도 50대 중후반으로 비슷하다. 셔릴 이사는 27년 전 사회복지사(코디네이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지넷 이사는 비영리단체(NGO) 활동을 하다 3살 된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는 중 CAP 센터 사람과 알게 돼 CAP 활동을 해왔다.
초등학교 등에서 아동학대예방(CAP)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업할 때 전문강사들이 "인간에게는 세 가지 권리가 있는데 그것은 안전(safe) 건강(strong) 자유(free)"라고 소개하는 것은 두 명의 이사가 2006년 NJ CAP 이사를 맡으면서 '모든 어린이는 안전하고 건강하고 자유로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모토로 삼은 이래로 쭉 내려오고 있다.
이들은 "CAP 프로그램은 전 세계의 모든 문화와 모든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훈련이 아니라 아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지구 상에서 없어질 때까지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美 아동학대예방센터 역사
- 여성강간 전문 WAR서 분리, 오하이오주서 美 전역 확산
- 뉴저지에선 1985년 도입
미국 아동학대예방센터(ICAP)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비아에서 아동강간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강간을 다루던 민간기관인 WAR(Women Against Rape)에서 아동강간 영역이 분리됐고, WAR 직원들에 의해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인 CAP(Child Assault Prevention)가 탄생했다.
오하이오주에서 성장한 CAP 프로그램은 1년 뒤에는 재단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오하이오주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CAP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할 내셔널 CAP 센터(NCAP)도 만들어졌으며,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던 샐리 쿠퍼(Sally Cooper)라는 인물이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이후 오하이오주 80개 카운티(시보다 작은 행정 단위) 가운데 40개 카운티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 6개국에도 CAP 프로그램이 전파됐다.
뉴저지에는 1985년에 팻 스태니슬라스키(Pat Stanislaski)라는 교육가에 의해 CAP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NJ CAP가 태동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팻과 뉴저지 주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1991년 CAP 프로그램의 권리까지 NJ CAP가 부여받으면서 NJ CAP가 ICAP로서의 지위를 갖게 됐다.
현재까지 ICAP는 35년간 CAP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총 700만 명 이상의 아이들·부모·교사를 교육했고, 전 세계 26개국 이상에 전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이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아동학대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뉴저지
취재지원: 아이에스 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