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철저히 개인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며 하늘의 뜻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개인의 기질이나 습관, 유전적 요인, 평소 관리 정도에 따라 건강의 수준은 크게 차이 난다.
그러나 본지 기획 시리즈 '부산 빈곤리포트 Ⅱ'가 주목한 부분은 '막을 수 있는 죽음' 또는 '억울한 죽음'이다. 가난해서, 인프라가 낙후된 동네에 살아서, 남들보다 많이 배우지 못해서, 응급의료센터나 공공의료기관 등 사회안전망이 부실해서 숨지는 사례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돈이나 계층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누는 '인명재전(人命在錢)'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구·군별, 읍·면·동별 더 나아가서는 통별로까지 차별화된 건강증진 대책이다. 예를 들면 같은 부산에서도 구·군별로 앓는 병에 차이가 있다. 취재팀은 보건복지부의 '2011년 구·군별 입원환자 다빈도 상병' 통계를 분석했다. 부산 16개 구·군별로 3위까지의 상병을 추려봤다. 부산시민을 가장 많이 입원시킨 병은 치핵과 백내장 등이었다.
그러나 이 통계를 자세히 뜯어보면 한 가지 특이점이 발견된다. 중·서·동·사하·강서구 등 서부산권과 기장군의 입원 상병 3위 안에 골절과 탈구·염좌 등 신체 손상이 들어 있다. 이들 구·군은 취재팀 분석에서 연령 표준화 사망비가 매우 높았던 지역이다. 반면 수영·동래·해운대·연제구 등 사망비가 낮은 곳에선 신체 손상이 입원 상병 3위 안에 들지 않았다. 결국 가난한 동네 주민이 많이 다친다는 의미다. 이는 시리즈 (상) '가난하면 아프다'에서 분석한 연령 표준화 손상사망률과도 다르지 않다. 동네 따라 건강증진을 위한 '처방'이 차별화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 가난한 지역 주민에게 우리 사회는 충분한 안전망을 제공했을까. 질병이나 외상에 대처하고 치료받을 기회를 공평하게 줬을까. 하늘에 달린 목숨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죽음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부산사람이나 서울사람이나, 해운대 반송동 주민이나 좌동 주민이나 삶의 마지막은 평등해야 한다.
◇ 부산 구·군별 입원환자 다빈도 상병(2011년 건강보험 기준) |
구·군 |
1위 |
2위 |
3위 |
중구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치핵 |
골절 |
서구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치핵 |
신체탈구 및 염좌 |
동구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폐렴 |
골절 |
영도구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폐렴 |
치핵 |
부산진구 |
출생영아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치핵 |
동래구 |
치핵 |
폐렴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남구 |
출생영아 |
폐렴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북구 |
출생영아 |
폐렴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해운대구 |
치핵 |
출생영아 |
폐렴 |
사하구 |
치핵 |
골절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강서구 |
신체탈구 및 염좌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폐렴 |
연제구 |
치핵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출생영아 |
수영구 |
치핵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폐렴 |
사상구 |
치핵 |
출생영아 |
폐렴 |
기장군 |
신체탈구 및 염좌 |
급성 기관지염 |
출생영아 |
금정군 |
치핵 |
폐렴 |
백내장 및 수정체 장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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