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환 (사)부산관광협회 부회장이 5일 부산진구 양정2동 '부산시 화재 이재민주택 준공기념비'를 가리키고 있다. 오상준 기자

- 위트컴 사령관 건립 등 유래에
- 이전 후 역사공원에 보전키로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 이재민을 위해 당시 리차드 위트컴 유엔군 부산군수사령관(준장)이 조성한 양정 이재민주택 준공기념비가 59년 만에 재조명됐다.

부산진구 양정2동 59의 6 도시철도 양정역에서 동의의료원으로 올라가는 길의 씨엔에프치킨 앞에 높이 178㎝의 첨두 피라미드형 기념비가 서 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이 비석의 유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부산진구청이 2010년 11월 발간한 향토지 '내사랑 부산진, 그 세월의 흔적을 찾아서'에는 "당시 지어진 주택이 몇 채 정도이고, 어떤 형태로 건립되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고 적혀 있다.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통닭집을 운영해온 김용규 씨엔에프치킨 사장은 "이 일대가 비석거리로 불렸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본지와 (사)부산관광협회 강석환 부회장(부산타워 대표)이 국가기록원 자료를 확인한 결과 부산군수사령부가 210공병대 등 한국군 장병과 함께 부산역전 대화재로 생긴 이주민을 위해 대한군사원조계획(AFAK) 자금과 시비 등 9만1177달러로 양정에 111세대 규모의 이재민 주택을 지었고 이를 기념해 1954년 6월 3일 '부산시 화재 이재민주택 준공기념비'를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군수사령부는 영도에도 이재민주택 109채를 건립했다.

이 기념비는 재조명받자마자 양정3구역 재개발지구에 포함돼 있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양정3구역 주택개발 최성우 위원장은 5일 "이 기념비의 가치를 알게 된 이상 재개발지구 안에 조성할 공원에 옮겨 역사공원으로 명명하고 인근 송상현 광장과 연계해 부산의 기억자산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부산관광협회는 오는 11월 부산역전 대화재 60주년을 맞아 위트컴 장군의 선행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