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불법 임야개발사건은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토지주와 토목설계업자, 산림기술자가 각종 서류를 조작하는 등 치밀하게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건축과장이던 진모(54·5급)씨 등 당시 기장군 공무원 5명이 업자와 브로커 등으로부터 1천만∼5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호철)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개발이 불가능한 기장군 임야를 개발해 산림을 훼손한 사건과 관련, 토지주 이모(63)씨와 브로커 배모(45)씨, 건축 설계사 조모(45)씨, 산림기술사 김모(48)씨 등 모두 20명을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산지관리법은 평균경사도가 25도를 초과하는 임야의 대지 전용을 금지하고 있다. 부산시 도시계획조례는 최대경사도가 18도 이상인 토지의 개발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지주의 의뢰를 받은 토목설계업자는 개발이 불가능한 기장군의 임야에 개발허가를 받기 위해 경사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등고선 수를 컴퓨터로 삭제하는 방법으로 경사도를 조작했다.

경사도가 50도가 넘는 임야에 대해서도 경사도를 조작해 허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산지관리법에는 산림보호를 목적으로 나무의 수가 밀집한 곳에 대지전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나무의 수를 실제보다 축소하거나 정상적인 나무를 죽은 나무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산림조사서도 조작했다.

기장군 산림담당과 형질변경 담당 직원은 조작된 서류를 묵인하고 개발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형질변경 결재라인에 있는 건축과장과 계장, 담당직원이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주는 임야의 형질변경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전매차익을 챙겼다.

토목설계업자와 산림기술자는 설계비와 산림조사 용역비를 받아 부당이득을 나눴다.

폭력조직 두목 출신인 배씨에게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임야 지주들에게 건축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면서 1억1천9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업계 관행상 토목설계업자가 토지개발 허가 신청을 대행하고 산림기술자가 산림조사를 하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토지주로부터 용역비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돈을 받기 위해서 경사도와 산림조사서를 조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담당 공무원이 개발허가신청 토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제출한 측량도면과 산림조사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허가처리를 하고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전문지식을 쌓고 관련 서류의 진위 여부를 검토해 결재자에게 보고하는 등 실질적인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