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화운동 관련 소식지와 유인물을 인쇄했던 고(故) 강은기 세진인쇄 사장의 삶이 재조명된다.

안전행정부 산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일 올해 민주화운동 인사에 대한 평전 집필 지원사업에 강은기 평전과 정호경 신부 평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민주화 운동 시기 신군부의 계엄 통치하에 어느 곳에서도 인쇄를 꺼렸던'불온 유인물'인 YH무역 여성노동자 투쟁기, 동아특위 소식지, 민청련·민통련 기관지 등의 인쇄를 도맡아 '민주화 운동의 펜'으로 불린 인물이다.

당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인쇄소를 운영했던 그는 삼엄한 감시를 피하려 직원들을 퇴근시킨 뒤 다시 인쇄소로 돌아와 활자를 뽑고 교정 작업을 거쳐 인쇄·제본까지 홀로 해냈다. 그러다 공안당국에 체포돼 1년 넘게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지난 2002년 60세를 일기로 숨지자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장영달 의원 등 재야 출신 정관계 인사가 줄줄이 화환을 보냈고, 김근태 의원은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이번 평전의 집필자로 나선 김영일씨는 "이름 없이 민주화 운동을 지원한 분들이 잊혀지는 게 안타까워 그의 희생과 노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뒤 강씨처럼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인물들에 감명받아 관련 자료를 꾸준히 모아왔다.

강은기 평전과 함께 기념사업회의 지원을 받게 된 정호경 신부는 1974년 천주교안동교구 지학순 주교 구속사건을 계기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결성에 참여하고 이후 두 번의 옥고를 치르는 등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인사다.

평전은 정 신부가 1982년 전국지도신부를 맡았던 가톨릭농민회에서 집필한다.

기념사업회는 2003∼2007년 민주화 열사와 희생자의 이야기를 담은 '시대의 불꽃'(전18권)을 발간했고, 2009년부터는 민주화운동 인사에 대한 평전 발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까지 조성만 평전 등 2권의 책이 나왔고 김관석, 조지송 평전 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